“파괴적 혁신이 한전 미래 좌우할 것”

지난해 7월 신사업추진처장 부임,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박차
신재생, AMI, ESS, EMS 등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뒷받침

엉덩이가 무거운 것으로 유명한 공기업 한국전력이 파괴적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수요 성장세 둔화, 글로벌 에너지 경쟁 가속화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한전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변화 중심에는 정금영 신사업추진처장이 있다. 전력공급이라는 기존 역할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혁신의 바람을 만들어 내는 게 정 처장이 맡은 임무다.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담금질을 해야 비로소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특히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공기업으로서 사업의 수익과 공익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으로서 한전이 에너지신시장을 선도하는 건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금영 처장은 지난해 9월 신사업추진처장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한전이 에너지신사업을 추진하는 게 제살 깎아먹기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전이 에너지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취임 후 ‘업의 변화’를 추진했지만 이에 대한 반감도 존재했다.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는 것부터 한전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회사 내외부에서 전통적인 송변배전사업이 아닌 신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기대도 있었지만 우려도 많았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대응 등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업의 변화 추진은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다만 공공기관이 융합형 신산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규제 개선과 더불어 지원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도 중요합니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그의 손에 쥐어진 업무는 수년간 중단된 AMI 구축사업이었다.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이 이슈가 되자 정부는 AMI 보급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AMI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미터로 실시간 전기사용량 검침을 할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말까지 330만호, 올해는 450만호에 AMI를 구축했다. 2020년까지 2250만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현재 속도라면 무리없이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ESS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한 주파수조정(FR)용 ESS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도 정 처장이다. 지난 2014년 시작한 FR용 ESS 사업은 총 376MW 규모로 마무리됐고, 지난 11월 김제변전소에서 상업운전 기념식을 개최했다. FR용 ESS 사업은 연간 약 6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는 후속사업으로 신재생연계용 ESS 렌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처장은 “FR용 ESS 사업을 시기적절하게 추진한 덕분에 국내 배터리 기업, PCS 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한전이 홀로 생존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과의 기술개발 협력, 가치창출을 이끌어내는 ‘키드라이버(Key Driver)’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그가 추진한 신사업은 10여개에 달한다. AMI 구축사업을 비롯해 ESS, K-BEMS, 전력빅데이터 활용, 신재생발전 보급,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스마트가전 등이 대표적이다.

신재생발전 사업의 경우 서남해 해상풍력, 학교 태양광, 밀양 태양광, 울릉도 친환경에너지자립섬, 대구 연료전지사업, 합천호 수상태양광, 제주 한린 해상풍력 등 국가적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물론 일부 사업이 주민 민원과 경제성 문제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정책 지원과 기술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찜통, 냉골교실’ 해소를 통한 교실복지를 위해 학교 태양광 사업을 추진했고, 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대구시, LG CNS, 화성산업 등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했습니다.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40MW급 합천호 수상태양광사업도 올해 투자를 확정하고 내년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당장 뚜렷한 성과를 낼 순 없지만 손을 놓고 있다간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가전사와 협력해 스마트가전 연계 시범사업을 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전과 가전사가 협력해 피크관리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2019년까지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 10만kW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KEPCO 빅데이터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지난해 출범한 전력빅데이터센터는 필요로 하는 기업, 지자체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융합과 초연결로 산업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게 4차산업혁명이죠. 한전은 앞으로 단순한 전력공급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한전이 앞장서서 신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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