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기술 육성시 20조원 新시장 열려
기술 발전 위해 컨트롤타워 반드시 필요”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자력 분야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동안 주류를 이뤘던 발전분야가 존폐의 위기에 빠지면서 비발전 분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발전 분야의 대표주자인 방사선 기술은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용균 한양대 교수를 만나 방사선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방사선 기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김용균 한양대 교수는 첨단융합기술인 원자력 기술의 발전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사선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검증된 기술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방사선 기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다.

“방사선 기술은 우리 삶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엑스레이, 영상진단, 방사선치료, 동위원소 의약품 등 의료기술입니다. 또 방사선 기술은 산업의 주요공정에서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타이어를 더 튼튼하고 질기게 만들거나 전선 피복제의 내열을 강화시킵니다. 고품질의 반도체 생산에도 방사선은 필수입니다. 교량이나 대형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비파괴검사나 공항·항만 등에서 보안검사도 모두 방사선 기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발전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소위 ‘비발전’ 분야인 방사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김 교수는 외국 사례와 비교하며 시장성이 높은 방사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산업을 발전과 비발전으로 구분해서 비교하면, 미국은 발전 대 비발전의 비중이 2 대 8이고 일본은 4 대 6입니다. 한국은 10여년 전만해도 9 대 1로 발전 분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최근 들어 5 대 1 정도로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미국의 경우 의료 비중이 크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수준 정도로 비발전 분야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방사선 산업규모가 약 5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5 대 5 수준으로만 방사선 기술을 육성하면 20조원 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사선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투자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제1차 방사선진흥계획을 추진했다. 이어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제2차 방사선진흥계획을 수립·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방사선진흥계획은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입니다. 제1차 방사선진흥계획의 경우 대형인프라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연구개발투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방사선 계측기를 현재는 거의 국산제품으로 대체했습니다. 또 고순도 정제기술과 헤모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연구소기업인 콜마BNH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상장 시 시가총액이 1조900억원에 달했고, 현재는 9532억5700만원 가량입니다. 지난 연구개발로 원천기술은 거의 확보돼있는 상태이고, 이제는 타분야와 융합해 시장으로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제2차 방사선진흥계획은 상용화 과정인 만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사선 기술은 범용성이 뛰어나 정부부처간 업무구분이 확실한 국내에서 사업진행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기술을 진흥을 담당하는 별도의 전문기관(컨트롤 타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방사선 기술은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연계돼 있습니다. 현재는 과기부가 방사선 기술에 관한 산업과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부서와의 공동사업이나 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한다면 식약처 허가를 받고, 보건복지부에서 사용합니다. 또 미세먼지 제거 장치는 환경부, 보안검사나 비파괴검사는 국토부와 국민안전처, AI백신개발은 농축산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방사선 기술을 진흥하려면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방사선기술진흥원’과 같은 기관이 전부서와 협업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갖췄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