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芝蘭之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초와 난초의 사귐’을 의미한다. 지초와 난초는 둘 다 향기로운 꽃으로, 지란지교는 지초와 난초와 같이 맑고 깨끗하며 두터운 벗 사이의 사귐을 일컫는다.

이 지란지교와 꼭 닮은 전통주가 있다. 바로 ‘진도 홍주’다. 지초주(芝草酒)라고도 불리는 진도 홍주는 증류식 소주로 만들어지며 지초를 침출시키는 과정을 통해 색과 맛을 낸다. 지란지교를 품은 진도 홍주는 술잔을 주고받으며 쌓이는 우정에 향을 더해준다.

진도 홍주는 진도의 삼보삼락(三寶三樂)의 하나라고 불리며 대한민국 지리적 표시 제26호로 지정됐다. 이름 그대로 붉은 색이 특징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색으로 변한다. 40도로 꽤 높은 도수이지만 한잔 들이키면 부드럽게 넘어가고 지초 특유의 향기가 남아 살짝 달달한 뒷맛이 남는다.

홍주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일화가 조선 성종 때 경상도 절도사 허종 이야기이다. 성종이 연산군을 낳은 윤씨의 폐출을 확정하던 날, 허종은 부인이 만든 홍주를 마시고 취해 낙마했다는 핑계로 어전회의에 결근했다. 이 덕분에 연산군의 갑자사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후 허종의 후손이 진도로 낙향해 진도 홍주를 만들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홍주는 기호에 따라 마시는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홍주 애호가들은 홍주의 깊고 진한 맛을 즐기기 위해 홍주잔에 4/5 정도를 따라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또 맥주잔에 맥주 3/4 가량을 먼저 따르고 잔을 약간 기울여서 홍주 1/4를 서서히 따라 마시는 방법도 있는데, 일명 ‘일출주’라 불린다. 홍주가 가라않지 않고 해돋이 후 붉은 태양이 바다에서 출렁이는 것처럼 홍주가 떠있기 때문이다.

홍주는 그 인기 때문에 가품이 유통되기도 한다.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려면 종이컵에 홍주를 따라보면 된다. 진품은 컵에 색이 베어들며 찌꺼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또 색이 변하지 않으면 가품이다. 홍주는 처음 내렸을 때 붉은 홍실색이다. 보름정도 지나면 서서히 흑갈색으로 변하고, 5년 정도 지난 홍주는 약간의 찌꺼기와 진한 흑갈색을 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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