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개소 이래 첫 전기직… ‘인생 2막’ 시작
최신 기술・트렌드 반영 신축청사공사・현재 청사 리모델링 완벽 수행 ‘만전’

2017년도의 헌법재판소는 1988년 개소 이래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내년 3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상위 법인 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에서 유일하게 전기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이자 기술사가 있다. 바로 최영관 사무관. 그 어렵다던 건축전기와 발송배전, 그리고 소방기술사까지 보유했다. 여기에 수준급 노래실력까지 갖췄다. 헌법재판소를 무대로 인생 2막을 설계하는 그를 만나 그동안의 인생여정을 톺아봤다.

최영관 기술사의 이력은 독특하다. 1975년생으로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전력계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4년 수자원공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목적 댐과 상하수도 건설 및 관리를 주요 업무로 하는 수자원공사에서도 전기 엔지니어는 필요한 법이다. 이곳에서 전기설계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담당했던 최 기술사는 600여명 전기직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에게 세상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입사하자마자 제가 가진 석사학위는 현장업무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입직원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이론과 실무의 괴리를 이때 느꼈던 거죠. 실무경험이 부족했던 저로선 매일이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죠.”

책상벌레라는 이미지를 벗고, 실무역량을 갖추기 위해 최 기술사는 발송배전 기술사 시험에 도전했다. 전력계통을 전공했고, 사내 업무와도 중첩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전에 전기, 전기공사, 전자, 정보처리, 소방설비 기사 자격증을 획득해서 시험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업무와 병행하다보니 3년이 걸렸죠. 자신감이 붙자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건축전기 기술사 시험에도 도전했습니다. 건축전기 시험 분야인 전동기와 조명 등은 업무 활용성이 크다고 생각했죠. 소방기술사는 운이 좋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 기술사는 관련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기술사(전기, 소방) 자격도 획득했다. 박사 학위에 기술사 자격을 3개나 취득했지만 사내에선 최 기술사를 ‘노래하는 영관이’로 기억하는 이가 더 많았다.

그는 “대학 때부터 밴드활동을 했는데 수자원공사에서도 시험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겸 사내 밴드에 들어가 보컬을 맡았다”며 “2015년에 공중파 근로자가요제에 나가서 1500명 참가자 중 2등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기술사의 노래실력은 사내에서도 유명했다. 그는 같은 해 케이블 방송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 2’에서 ‘수자원공사 신바람 최박사’로 출연, 폭발적인 고음과 가창력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 기술사는 전기직으로서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수자원공사를 과감히 떠났다. 그 사이 그가 쓴 해외 논문만해도 40여편에 이른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연속 수록됐고, IBC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전문가에 꼽히기도 했다.

“수자원공사라는 울타리는 제 꿈을 펼치기엔 작은 곳이었습니다. 수상태양광, 수력, 조력 등 에너지 분야 업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됐지만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헌법재판소다. 전기와 헌법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헌법재판소에도 전기시설물은 존재한다.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민간 경력자를 수혈하면서 최 기술사는 1년만에 공기업 직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헌법재판소 개소 이래 전기직 특채는 처음 있는 일이란다. 이곳에서 최 기술사는 헌법재판소 청사 및 소장공관 관리를 총괄하고, 재판활동을 지원하며, 청사 증축 건설사업의 설비 분야 책임자다.

지난 3월 10일 그는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말하는 순간, 이를 전국에 생중계하는 업무를 맡았다. 철저한 관리와 원활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기술사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헌법재판소는 의외로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였다”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헌재와 열린 헌재를 추구하며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곳에서도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래를 이어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또 내년부터 시작될 신축 청사공사와 현재 청사에 대한 리모델링사업을 탈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반영한 신축청사공사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지원을 받아내 현 청사를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바꾸는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추진했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거창한 목표보단 현재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할 때 기회가 주어지고, 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열린 헌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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