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에너지 시장 위협하는 글로벌 IT 기업들

①아마존이 미국 동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②미국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의 제 2캠퍼스. 옥상에 17MW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③테슬라가 내놓은 가정용 태양광과 파워윌.
①아마존이 미국 동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②미국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의 제 2캠퍼스. 옥상에 17MW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③테슬라가 내놓은 가정용 태양광과 파워윌.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전,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는 에너지 산업의 구조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의 수익은 악화될 수밖에 없고, 독점 형태로 이어져 온 전력시장의 문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정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전기를 거래하는 여건도 조성됐다.

특히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에너지와는 무관한 IT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이들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며 전력 유틸리티 회사를 위협한다. 에너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영역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가장 많이 구매한 기업 ‘아마존’

올해 초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가 발간한 ‘기업 재생 가능 에너지 조달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가장 많이 구매한 기업은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태양광 발전 233MW, 풍력 발전 417MW의 전력을 구매했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도 지난해 11월 버지니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233MW 규모 전력을 태양광 발전회사인 도미니언 리소시즈로부터 사들였다. 아마존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을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2017년 말까지 미국내에 있는 15개소의 물류센터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설치를 완료한다고도 밝혔다. 15개소의 총 발전 용량은 최대 41MW에 달할 전망이다. 동부와 서부의 5개 주(뉴저지, 델라웨어, 메릴랜드, 네바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물류센터가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지난해 9월 자사 최대 규모 풍력발전시설인 아마존윈드팜텍사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완공할 계획인 이 시설에선 연간 253MW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올해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9년 에너지 재판매 허가 받은 ‘구글’

구글은 지난해 무려 565MW 규모 전력을 풍력 발전으로 구매했다. 구글은 2017년까지 미국 내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끌어올리고 이를 다른 나라로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구글은 2010년 이후 최고의 신재생 에너지 구매 기업이다. 구글은 동종 업종의 다른 어떤 기업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9년 12월에 구글 에너지(Google Energy)를 설립하고 미국 연방에너지 규제위원회(FERC)로부터 에너지 재판매 사업 허가를 받았다. 구글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이를 새롭게 관리할 기회를 모색하고 개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구글은 재생에너지와 IT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의 선루프 프로젝트(Project Sunroof)는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이용해 태양광 패널 설치 희망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건물 지붕을 3D 모델화하고 주변 지형지물로 인해 그늘을 얼마나 받는지 고려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을 때 예상되는 태양광 이용 가능 시간과 연간 일조량 등을 알려준다.

전기요금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태양광 패널 크기를 추천하고, 예상 절감액도 알려준다. 태양광 패널 구매 대여 업체 정보도 제공한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 프레즈노, 보스턴 등 미국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했고, 향후 소비자와 태양광 사업자를 연계시키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 카바 구글 기술인프라 담당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언론을 통해 “2017년부터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태양광 설치용량 ‘애플’

애플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기보다는 지난해 6월 ‘애플에너지LLC’를 설립하고 태양광 생산·판매 사업자로 변신했다. 애플은 태양광설비 설치용량이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애플이 태양광 사업자가 되자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10억달러에 달하는 애플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한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제2캠퍼스에서는 옥상에 17MW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전력과 통신서비스의 결합, ‘소프트뱅크’

일본의 3대 이동통신 기업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1년 10월 ‘SB에너지’를 설립하고 재생에너지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 반대의견을 밝히고 같은해 10월 SB에너지를 출범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전력 소매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사업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2012년에는 지붕을 빌려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생산한 전기의 판매 수익을 지급하는 ‘지붕대여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전력 생산과 통신서비스를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일본에만 31개 태양광·풍력 발전소(500MW)를 소유하거나 건설 중이다. 지난해에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일본 수도권, 홋카이도 지역에 판매했고, 인도에선 22조원 규모(20GW)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넘어, 태양광 사업까지 넘보는 ‘테슬라’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에너지 시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를 전력망에 판매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전기차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100만대 이상 보급됐을 때 모든 차를 전력망에 연결해 수급조절 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V2G(Vehicle To Grid)다.

테슬라는 호주 멜버른 도심 외곽에 자립형 에너지 도시 ‘테슬라 타운(Tesla town)’ 건설도 꾀하고 있다. 테슬라 타운에는 약 25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인데 태양광 지붕과 가정용 ESS 파워월을 설치해 전기 공급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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