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구원은 전기전자 제조업계의 3D프린터 확산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잉크기반 고정밀 3D프린터 시제품.
전기연구원은 전기전자 제조업계의 3D프린터 확산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잉크기반 고정밀 3D프린터 시제품.

2013년 3D프린터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당시 제조업계는 새로운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찼다. 생산 공정 단축을 통해 제조원가를 90%이상 절감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과 소비자가 살상용 무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우려 등 3D프린터에 대한 이슈들로 한동안 ‘떠들썩’ 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3D프린터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제외된 모양새다.

사람들은 화려하면서도 일상생활과 밀접한 증강현실(AR)이나 인공지능(AI)에 이목을 집중했고, 3D프린터는 금형을 제작하는 대체품 정도로 관심 수준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업계는 3D프린터가 단순히 목업(mockup)제품의 한계를 넘어 제조현장의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3D프린터 전자소자 인쇄 기술을 개발하는 등 3D프린터 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3D프린팅 시장은 ‘확대’…잉크 기술 ‘한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자소자 제조 공정에도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자소자 제조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시작된 상황이다.

3D 시스템즈(3D Systems)와 스트라타시스(Stra tasys) 등 선도 기업들도 글로벌 패밀리 특허 등록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3D 프린터 조달 시장을 살펴봤을때도 성장세는 뚜렷하다. 학교 별로 3D 프린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지난해 전체와 비슷한 600대 이상이 이미 올 상반기에 판매됐다.

최근 전기‧전자 산업에서는 전기‧전자회로들을 유연한 기판 위에 더 작게, 더 집적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2D기반의 고집적화는 이미 물리적‧기술적 한계에 접어들었다.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선 3D형상의 전기‧전자회로와 소자 제작은 물론 잉크화 기술 개발도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프린팅 기술에 맞는 3D 프린팅용 잉크를 제조할 수 있는 잉크화 기술이 개발돼야 제조 단가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다양한 나노 소재의 전자잉크가 인쇄전자 산업에 적용돼 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DVD, LCD 등 디지털 가전은 물론 전자종이, 유연 물리화학센서 등과 같이 차세대 유연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데 폭넓게 활용되고 있지만, 2D 기반이라는 한계가 있다.

◆전기연, 전자잉크 기술 ‘확보’

전기연구원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탄소나노튜브와 은 나노입자를 이용한 방식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2D프린팅 기술에 사용되는<사진> 전자잉크들과 유사하게 낮은 점도를 가지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갖는 3D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

전자잉크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설승권 책임연구원은 “기존 인쇄전자용 잉크도 간단한 조작으로 3D 프린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발된 3D 프린팅 기술에 적용 가능한 3D 프린팅용 잉크 소재를 다양화하기만 한다면 인쇄전자의 다양한 분야에 곧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설 연구원은 다양한 형상의 기능성 3차원 인쇄를 할 수 있는 잉크 기반 3D 프린팅 기술개발에도 이미 성공한 바 있다. 잉크 도출을 위해 잉크 방울을 형성하거나 또는 압력을 가해야 하는 기존의 프린팅 방식과 달리, 잉크의 표면 장력을 이용해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같은 기술이다. 이 기술은 다중 노즐을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제작된 패턴의 해상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된 나노 전자잉크와 잉크 기반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거시적인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에 그쳤던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소재로 마이크로·나노미터 수준의 기능성 3D 미세구조물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패터닝을 위해 마땅한 기술이 없었던 인쇄전자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 연구원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3D프린팅과 나노전자잉크 기술은 세계적으로 탁월성을 인정받고 있고, 잉크를 이용한 3D프린팅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다”며 “단기적으로 기술 이전 업체를 직접 지원해 전자소자 제작용 3D프린터를 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스마트공장에 활용될 수 있는 산업용 3D공정 설비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이전으로 수익 모델 ‘창출’

전기연구원은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 관련 기술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해 수익모델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전기연구원은 ‘3D 프린팅용 나노 전자잉크’와 ‘잉크 기반 고정밀 3D 프린팅 기술’을 3D프린터 전문기업인 대건테크에 이전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기술 이전을 받은 대건테크는 1998년 설립 이후 산업용 장비와 케이블 등 제어용 부품을 주로 생산해온 기업으로 지난 2014년 사업 전략 전환을 통해 3D프린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3D프린터를 이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 성공, 지난해 매출 260억 원을 달성하며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대건테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전기연구원과 산-연 합작을 통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다가오는 11월 이를 활용한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대건테크 관계자는 “3D프린터는 제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새로운 기술 혁신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전기연구원과 지속적인 연구협력을 통해 신기술 개발은 물론 상용화와 3D프린터 저변 확대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3D 나노 전자 잉크 및 잉크 기반 3D프린팅 기술 응용 사례.
3D 나노 전자 잉크 및 잉크 기반 3D프린팅 기술 응용 사례.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