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들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린 배우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송중기(33)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한류스타로 발돋움하더니 곧바로 방향을 바꿔 배우 황정민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새 영화 '군함도'에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이 '예비 1000만 영화'로 불리며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동료 배우인 송혜교와 결혼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1년이었다.

"철부지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군함도'는 예매 관객만 60만명(26일 오전 6시30분 현재)에 육박,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역대 국내 개봉 영화 최고치). 송중기는 "떨리는 정도가 아니다. 정말 많이 긴장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떨리는 일이 하나 지나가면, 더 떨리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두 개의 큰일을 모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이 두 가지 일 모두가 내게 엄청난 행복을 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의 후예' 전편이 사전 제작됐으니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간 대부분을 영화 '군함도'를 찍으면서 보냈다. 그가 '철부지에서 어른이 됐다'고 말한 그 시간이 바로 이 작품에 참여하던 그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반기는 명실상부 톱스타가 됐고, 그토록 함께 작업하기를 바랐던 류승완 감독과 함께 현장에서 뒹굴었고, 1000만 관객이라는 부담도 함께 짊어진다. 오는 10월에는 가장이 된다. 송중기는 "'군함도'는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일단 배우로서 영화 현장이란 무엇인가를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많은 배우·스태프와 함께 지내면서 같이 일하는 행복을 알게 됐고요. 인간적으로는 류 감독님께 많이 배웠어요. 내가 몸담은 세상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계에 더듬이를 세우는 태도를 배웠죠. 그리고 '군함도'를 하면서 송혜교씨와 결혼을 결심했어요. 그 사이 우리나라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는 류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전의 저는 제 연기와 영화계, 연예계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포털 사이트를 열면 항상 연예 기사를 먼저 찾아보는 식이었죠. 류 감독님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감독님의 관심들이 제게 자극이 됐던 거죠. 전 아직 청년이니까, 제가 사는 이 세계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군함도'에서 송중기가 맡은 역할은 일종의 특수부대 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군 OSS 소속 '박무영'이다. 그는 독립군 주요 인사를 빼내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다. 첩보 작전만 수행하고 섬을 떠나려고 했던 박무영은 일이 꼬이면서 조선인의 탈주를 돕게 된다.

이 영화 백미로 꼽히는 부분이 바로 '대탈출 시퀀스'다. 이 장면에만 35회차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마음이 돼 성공시킨 장면이라는 게 송중기의 설명이다. 그 또한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흔들렸던 장면이 이 신(scene)이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더 골랐다. 탈출 직전 박무영과 조선인들이 긴 논의 끝에 탈출에 합의하고 결의를 다지는 장면이다. 조선인들이 촛불을 들어올리는 장면은 지난해 촛불 집회와 겹치며 묘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잖아요. 그러다가 각기 달랐던 의견이 모일 때 감동이 있더라고요. 이 장면 촬영 현장이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이라 촬영이 쉽지 않았거든요. 서로 격려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단역 배우들까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촬영 마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줬어요.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송중기는 한류스타가 됐고, 모든 관객이 기대하는 영화의 주연 배우이고, 또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모든 게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나 그는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두 좋은 일들이고, 행복한 일들입니다. 모든 일을 치열하게 해나가야겠죠. 제 소신대로 제가 하던대로 할 겁니다. 그래야 상처받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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