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주권 가진 시민 위주의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고파”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서울에너지공사 옥상에 설치된다. 투자자는 발전소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발전소의 전력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그동안 개인이나 법인 투자, 또는 협동조합을 통해 이뤄졌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와 발전소를 잇는 매개역할을 담당하는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를 만나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본다.

“그동안 개인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할 목돈이 없거나 정보 불균형의 상태에 놓인 시민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루트에너지는 시민참여 활성화를 근본 목표로 10만원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벽을 확 낮췄습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사진>는 최근 플랫폼 기반의 태양광 금융서비스를 내놨다. 최근 투자열풍이 불고 있는 p2p 금융을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기 위해선 2억원 내외의 금액을 투자해 직접 설비를 설치하거나 협동조합 등에 참여해야 했다.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는 경우 건설과 운영·관리, 모니터링은 물론 수익을 내기 위해 SMP, REC 등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투자할만한 협동조합을 찾기도 어려웠고,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협동조합의 경우 지역기반이 아닌 지인 기반이라 추가 펀딩이나 타 지자체 설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 대표는 “루트에너지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한 곳의 발전소가 아니라 플랫폼 내에 있는 발전소 어디에라도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정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날씨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런칭한 첫 번째 상품은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본사 옥상에 설치되는 95.85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다. 연평균 7.5% 수익률의 1년 만기 상환 투자 상품으로 총 모집금액은 1억8000만원이다.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서울 양천구 시민의 경우 우대금리 0.5%를 추가로 지급한다.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시민과 마을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루트에너지의 에너지공유경제 사업모델이 서울에너지공사가 추구하는 사업의 가치관과 일치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전소 계약도 마무리단계다. 최근 한전 경기북부지역본부와 신포천변전소 유휴부지 활용에 대한 협약을 맺고 지역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투자자에게 고이율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손실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마련했다.

윤 대표는 “중요한 것은 리스크 헷징(risk hedging)”이라며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장기간 동안 묶어둬야 했던 돈을 1년단위로 투자 또는 상환받을 수 있게 해 투자 유동성을 높이고, 향후 복리로 수익을 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발전소는 준공 후에 서울 양천구 마을공동체 공동 자산으로 100% 무상양도되며, 이 발전소가 발행한 20년 대출 채권을 루트에너지가 1년 만기의 ‘원리금 수취권’으로 재발행하는 개념”이라며 “일반 시민 투자자는 1년 단위 투자상품에 매년 재투자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소발전시간(3.4시간/일)과 하자보수보증보험증권 가입은 물론 법률·회계자문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의무 보장과 경제성 분석에도 신경을 썼다. 투자금 분리 관리로 투자자의 보안성도 강화했다.

루트에너지 금융상품의 또 다른 축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위한 ‘해드림대출’ 서비스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관련해 시중은행에서는 2억원 미만의 소규모 대출만 가능했고, 2~30억원 규모의 중소발전소는 PF를 일으키기도 어려웠다.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REC 장기계약이나 사업주 연대보증 등이 필요했다.

윤 대표는 “중소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주를 위해 해드림대출상품을 출시했다. 3~10개월 가량의 단기 준공자금 대출상품과 최대 25년의 장기 운영자금 대출 등 두가지 서비스가 있다”며 “총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REC계약이나 발전소 준공허가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하며 중도상환수수료, 사업자 연대보증, 신용등급 영향 모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사업자는 준공자금 또는 운영(차환)자금을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초저금리 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고수익의 투자처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국가 재생에너지 활성화, 지역수용성 강화,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등 부수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루트에너지에서 시민들과 함께 ‘Power to People’이란 비전을 이뤄나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워(Power)란 단어에는 전력이란 의미도 있지만 주권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전기와 에너지주권 두 가지가 모두 시민에게 돌아가면 루트에너지의 이름처럼 시민이 뿌리가 되는 아래로부터의 에너지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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