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로 임시 이관...경인지사 기능보강 긴급 추진
경인지사 제2의 후비전력관제센터로서의 역할론 급부상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인해 주요 전력관제를 운용하는 중부지사 상황실 내 컴퓨터 등 주요 시설에 토사가 밀려 든 모습.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인해 주요 전력관제를 운용하는 중부지사 상황실 내 컴퓨터 등 주요 시설에 토사가 밀려 든 모습.

비수도권 지역의 154kV 송전선 관리와 비상시 국내 전력관제를 총괄 운용하는 충남 천안의 한국전력거래소 중부지사가 지난 16일 천안지역에 최고 253㎜가 내린 집중호우로 기능이 완전 마비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집중호우로 천안 은석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전력거래소 중부지사를 덮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력계통을 감시·운영하는 전산시스템(EMS) 등의 기능이 완전 정지됐다. 중부지사 내의 천안 전력관제센터는 EMS를 활용해 비수도권 154kV 송전망을 운영하고, 전력거래소 본사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의 백업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사고 발생 직후 비수도권 154kV 송전망 감시·운영 기능을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로 임시 이관했다.

또 천안 전력관제센터 관제 인력을 경기도 의왕에 있는 경인지사로 보내 천안 전력관제센터가 정상화될 때까지 비수도권 154kV 송전망 감시·운영 기능을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사고로 직접적인 피해금액만 약 92억원(장부가기준)에 달하고, 복구금액(278억~338억)을 포함할 경우 최대 439억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력거래소의 대처는 빨랐다.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등 경영진은 사고 발생 보고를 받은 직후 비수도권 154kV 송전망 감시·운영 기능을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로 임시 이관토록 지시하고, 중부지사로 직접 내려가 현장을 살폈다. 또 전 IT직원을 천안 중부지사와 의왕 경인지사에 투입하라고 지시해 사고 발생 한 시간 만에 경인지사를 가동했다.

이명희 전력거래소 비상재난안전팀장은 “전력거래소 전 임직원은 항상 재난 대비 훈련을 평소에 해왔기 때문에 신속히 업무처리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올해 을지훈련 기간 중에도 비상시 관제원들을 14인승 헬기로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후비급전소로 이동하는 훈련도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부지사에는 3공수 특전여단 대원들이 지하 전력관제센터 토사를 제거하는 등 피해복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피해가 워낙 커서 건물의 정밀안전진단과 EMS 등 전산설비까지 완전히 복구해 전력관제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약 1년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거래소는 중부지사의 전력관제 기능을 임시로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로 이관한 후 의왕의 경인지사로 이관할 계획이지만, 난제도 많다.

경인지사의 EMS는 수도권의 154kV 송·변전 설비관제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천안 전력관제센터와 달리 현장 데이터를 간접 취득하고 있고, 발전력자동제어(AGC) 설비도 미비해 후비기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천안에 후비급전소가 있는 상황에서 경인지사 신설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전력거래소가 수도권의 송·변전설비 관제를 위해 신설한 경인지사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고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현재 경인지사는 전력관제 설비는 그대로 놔둔 채 교육과 회의 장소 등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부지사의 기능마비에 따라 경인지사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제 2의 후비전력관제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나 중부지사 전력관제센터와 같이 발전기, 송·변전설비 등 전력계통과 전용통신망으로 직접 연결돼야 해서 전력거래소는 발·변전소 현장 데이터 직접 취득을 위한 통신회선 구성을 변경할 계획이다.

또 현장자료 직접 취득을 위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설비를 보강하고, EMS 발전력자동제어(AGC) 기능도 확보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EMS 보강에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비용도 약 20억원 정도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22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박찬우 국회의원, 구본영 천안시장 등은 전력거래소 중부지사 피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군인들을 격려했다. 천안시의회는 천안시를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하도록 행자부 장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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