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극장가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어떤 작품이 '1000만 영화'가 되느냐다. 역대 1000만 영화 18편 중 4편('아바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영화였다. 올해도 강력한 외국영화가 없다보니 이른바 '1000만 대결'은 한국영화 간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후보는 네 편으로 추려진다. 26일 개봉하는 '군함도'를 시작으로 한 주 뒤인 다음 달 2일에는 '택시운전사'가 대기 중이고, 다시 일주일 뒤인 9일에는 '청년경찰'이 관객을 만난다. 'VIP'는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청년경찰'과 같은 날 맞붙거나 일주일 뒤인 16일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7월 말부터 벌어질 극장가 '1000만 전쟁' 관전 포인트를 감독과 배우 두 가지로 나눠 짚어봤다.

◇연속 1000만 VS 첫 1000만

가장 주목받는 감독은 역시 류승완(44)이다. 류 감독은 2015년 '베테랑'(1341만명) 이후 연타석 1000만을 노린다. 앞서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감독은 단 두 명 뿐이었다. 바로 최동훈('도둑들' '암살')·윤제균('해운대' 국제시장') 감독이다.

류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1000만에 가장 근접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영화로는 최대 규모인 30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인 것은 물론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관객 폭발력이 가장 큰 소재인 일제 강점기를 그린다. 최고 배우 중 한 명인 황정민의 출연과 함께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한류 최전선에 섰고, 최근 배우 송혜교와 결혼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은 송중기가 힘을 보탠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생애 첫 1000만에 도전한다. 장 감독의 연출력은 앞서 '영화는 영화다'(2008, 131만명) '의형제'(2010, 541만명) '고지전'(2011, 294만명)을 통해 증명됐다. 이 작품이 다루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최루성 소재라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장 감독의 첫 1000만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요소는 역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배우 송강호의 힘이다. 지난 10일 언론 시사회 직후에도 '택시운전사'에 대해, "송강호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는 절제된 감정 연기로도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경지를 선보인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VIP'의 박훈정 감독은 다크호스다. 강하늘과 박준서 두 젊은 배우가 호흡을 맞춘 '청년경찰'은 나머지 세 작품에서 찾을 수 없는 유쾌함으로 남녀노소 불문 모든 관객을 공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작품이다. 'VIP'는 박 감독의 전작인 '신세계'의 영광을 재현할 액션 누아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000만 배우들의 맞대결

20대 배우(강하늘·박서준)가 주축이 된 '청년경찰'을 뺀 나머지 세 작품에는 모두 1000만 배우가 포진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군함도'의 주연을 맡은 황정민은 '국제시장'(2014, 1425만명)과 '베테랑'(2015, 1341만명) 두 편의 성공을 이끌었고, 송강호는 '괴물'(2006, 1301만명)로 1000만 배우에 등극했다.

송강호는 900만명 고지를 밟은 작품 두 편('설국열차' '관상')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장동건은 역대 두 번째 1000만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2004, 1174만명) 신화의 일등공신이다.

황정민과 송강호는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들 또한 관객 흡입력 있는 소재를 택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면이 있다.

문제는 위기의 남자 두 명이 뭉친 'VIP'다. 주연 배우인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상황이다. 야심차게 내놓았던 '마이웨이'(2011, 214만명)와 '우는 남자'(2014, 60만명)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고, 최근 활동 또한 주춤한 상황이다.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 이후 배우 최민식과 의기투합해 내놓은 '대호'(2015, 176만명)는 흥행은 물론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박 감독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누아르로 돌아왔다는 점, 장동건 뿐만 아니라 김명민·박희순 등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포진한 점, 여기에 실력과 인기 모두를 가진 이종석의 합류는 'VIP'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각각 1990년생, 1988년생으로 아직 20대인 강하늘과 박서준은 최연소 1000만 배우 등극을 노린다. '청년경찰'의 가장 큰 힘은 다소 무거운 나머지 세 작품과 비교해 밝고 경쾌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1분20초 분량의 예고편만 보더라도 두 배우의 코미디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오락성을 갖춘 만큼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