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완전경쟁입찰체제로 전환 예정...시장은 오히려 줄어 경쟁 심화될 듯
기업들 인수합병 등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나서...인력난 해소도 관건

발전정비시장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추진돼 온 민간정비업체 육성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시장 재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발전정비산업은 지난 1984년 한국전력보수주식회사(현 한전KPS)가 설립된 후 20년 가까이 한전KPS가 시장을 독점해 왔다. 이후 민간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03년부터 6개 업체를 육성업체로 선정하고, 발전6사가 이들 기업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줘 왔다.

하지만 한전KPS와 소수 민간업체가 10년 넘게 발전정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우선 1차적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신규 석탄발전 설비와 기존 복합발전설비 중 일부에 한해 수의계약 대신 입찰경쟁체제를 도입했고,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기존 석탄발전 설비 중 주 기종인 500MW급에 대해서 경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모 회계법인이 수행하고 있는 관련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빠르면 내년부터 한전KPS의 신규 발전기 정비 독점을 폐지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발전정비 시장 개방 14년의 허와 실= 화력발전정비시장이 민간에 개방된 지 14년 정도가 흘렀다. 물론 경쟁 입찰이 시작된 건 2013년부터여서 본격적인 시장 개방은 5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독점체제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한전KPS의 경우 점유율이 50~60%로 낮아진 반면, 민간기업들의 점유율은 40~50%로 높아졌고, 기업 규모도 제법 커졌다. 일부 민간회사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1단계 경쟁도입 기간이었던 2013년부터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분석해보면 이들 민간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나 경영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간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금화PSC로 전체 시장의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일진파워가 8%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도 한전KPS와 비교해 기술력이 아직은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2~5% 수준에 머물고 있고, 매출액도 대부분 500억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KPS의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영세한 편이다.

기술 수준은 더욱 열악하다. 발전정비산업의 기술력은 고급인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로 판단할 수 있는데, 민간기업에는 고급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과거 수의계약 때는 투자를 게을리 했고, 입찰방식으로 전환한 뒤에는 투자할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 결과에 따라 직원들이 회사를 옮겨 다니는 현실이다 보니 기업들이 인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신규 석탄발전 건설물량이 감소하고, 노후발전소 폐지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장개방 앞두고 인수합병 시장 재편 움직임 ‘솔솔’= 현재 기업규모와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3~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예가 입찰방식이다보니 낙착률을 높이기 위해 단독입찰보다는 2~3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전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전발전기술(KEPS)이 대표적인 예로, 2014년 국내 발전전문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자본력을 바탕으로 민간정비업체인 한국플랜트서비스(HPS)를 인수했다. 최근엔 한국플랜트서비스와 에이스기전을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 기존의 정체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업계의 평이다.

이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입찰을 따내려는 것보다는 현재 규모로는 기술과 인력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막상 입찰을 따내도 인력 부족으로 적기에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게 이들 기업들의 설명이다.

한 민간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수합병 등으로 기업의 대형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고 해도 인력수급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규모로는 자체적인 투자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발전사들이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을 늘려주거나 발주시 교육훈련 예산도 반영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도 없는 회사들이 자금과 로비력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저가입찰이 횡행하면서 정비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최근 한 업체가 에이스기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단순히 돈만 바라보고 투자해서는 업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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