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몽골에서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나무 심는 날’이다. 마침 그날 바가노르에 간 김에 꿈나무센터 아동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로 했다. 엊그제만 해도 영하의 기온에다 바람까지 몹시 불어대더니 오늘은 청명하고 따뜻해서 야외 행사하기 그만이다.

바가노르 아시안프렌즈 대표 가족과 꿈나무센터 활동가, 센터 아동 등 10여 명이 먹을 간식을 준비하고, 삽과 호미, 양동이 등을 들고 도시 외곽 들판으로 나갔다.

한국의 국제NGO인 푸른 아시아와 대한항공이 조성한 넒은 조림지를 지나자 철조망으로 구획된 대여섯 개의 조림예정지가 주욱 늘어서 있다. 바가노르 지역의 각 기관이나 단체들이 구청으로부터 불하받은 것이라고 한다. 각각의 면적은 약 2,400평방미터, 한 켠에 상추, 오이 등 야채를 심을 비닐하우스가 있고, 물이 새지 않도록 시멘트를 바른 웅덩이도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서너 명씩 조를 이루어 몇 주 전에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어린 묘목의 뿌리를 바르게 세워 넣고 흙으로 덮어 발로 꼭꼭 밟아 다진다. 그런 다음 친구들이 퍼온 양동이의 물을 묘목에 쏟아 붓는다.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은 티 없이 밝고 씩씩하고 야무지고 부지런해서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우리는 이날 차차르간(비타민나무) 35그루를 심었다. 계속해서 비술나무, 포플러 등 130여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사막의 가뭄과 모래바람,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 2년 후에는 노란 비타민나무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심을 땅도 더 많이 불하받아 ‘꿈나무 조림지’로 키워나갈 것이다.

몽골은 국토의 90퍼센트가 사막이 됐거나 사막화가 진행중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낮은 강우량, 과도한 방목, 미숙한 농업기술 등을 사막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2010년 몽골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887개의 강과 1,166개의 호수가 사라지고 2,096개의 샘이 말라버렸으며, 해마다 48만 헥타르의 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수백 마리의 말과 양을 몰고 초원을 누비며 목축하던 유목민의 땅이 황사의 발원지이자 환경난민들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몽골 정부는 2005년 사막화방지 그린벨트 조성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한·몽 정상회의에서 맺은 ‘황사 및 사막화 방지 협력 MOU'를 체결하고, ‘몽골 그린벹트 조림사업’으로 지난 10년 동안 고비사막의 달란자드가드, 바양작, 울란바타르 인근 룬솜 일대 등 황폐지 3천헥타르(축구장 3천개 면적)를 푸른숲으로 바꾸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몽골 정부와 국민들에게 한국의 녹화 성공 사례를 나누고 몽골 전역에 ‘녹색 희망’을 심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바가노르는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약 28,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작은 호수’라는 뜻의 바가노르는 이름처럼 작은 호수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호수가 모두 사라지면서 땅도 메말라 모래땅으로 바뀌었다. 도시 북쪽에 몽골에서 가장 큰 노천 광산이 있는데, 이곳에서 나는 석탄이 몽골 전체 석탄 수요의 70퍼센트를 공급한다. 이곳 탄광의 분진이 초지를 통과해 그대로 도시에 닿는다. 방사림(防沙林)이 절실했다. 몽골에서 가장 먼저 조림사업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부터 푸른 아시아는 이 지역에서 조림사업과 환경교육을 추진해왔다. 초기에는 유목민들의 생활기반을 도외시한 탓에 실패를 맛보았으나 이후 현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략으로써 성공적인 사막화 방지사업 모델로 키워냈다.

대규모 조림사업을 추진해온 푸른 아시아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현지인들이 관리를 맡아 나무를 가꾸고 있다.

그 틈새에 아시안프렌즈는 바가노르 꿈나무센터 아동들과 함께 작지만 정성스럽게 ‘미래의 꿈나무’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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