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정 입법조사관, 국회 세미나에서 주장
보조금 ‘특정성’ WTO 보조금 협정 규제 대상 우려

새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원 관련 입법 과정에서 국제 통상 마찰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민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유엔 SDGs와 기후변화협약, 그리고 국회의 역할’ 세미나에서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산업구조, 통상정책은 서로 연계돼 있는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체제와 국제통상체제가 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당위의 차원으로 흘러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활성화지만 통상과정에서 걸림돌이 돼 지원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기후변화체제는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과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개도국에 대해서는 각국의 개발상황과 능력에 따른 자발적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제통상체제는 원칙적으로 국가 간 자의적이거나 정당화할 수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정 조사관은 “한국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관련 정부 보조금은 줄이되, 저탄소기술을 개발하거나 보급하는 우리 기업에겐 지원 또는 세제감면을 해야 한다”며 “이 경우 통상조약의 보조금 관련 규정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보조금의 혜택을 받아 생산된 상품에 대해 보조금에 상응하는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덕에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수출하면서 미국과 EU로부터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바 있다. 미국은 인도의 태양광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WTO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 정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아직 신재생에너지가 무역분쟁을 일으킨 적은 없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철강, 전기전자제품은 등은 외국으로부터 상계관세조치를 받고 있다”며 “한국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미국, EU 등 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중국, 인도의 사례처럼 무역제재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WTO는 ‘특정성 요건’, 즉 법령을 통해 특정 업종을 한정해 지원하는 경우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WTO 분쟁의 원인이 돼 왔다. 에너지 보조금은 2010년 일본이 캐나다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 대해 제소한 것이 최초 사례지만 1995년 보조금 협정 발효 이후 연평균 5건의 보조금 관련 제소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태양광, 중국 풍력발전, EU FIT 등도 WTO에서 다툼이 있었다.

정 조사관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WTO 보조금 협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그 전까지는 과도한 국내부품사용 비중 등 명백히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보조금의 도입을 비롯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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