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리서치, ESS 컨퍼런스...국내외 시장 동향 논의
ESS가격 떨어질수록 가정용 수요 증가할 가능성 높아

2020년을 기점으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전력 인프라용 ESS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ESS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상업용·가정용 ESS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SNE리서치가 4월 27~28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7 ESS 컨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가정용 ESS 시장 규모가 수년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 단계에선 보조금 없이 가정에 ESS를 설치하는 것이 무리지만, 2020년즈음에는 충분히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발표에 나선 이성우 삼성SDI 차장은 “2020년까지는 전력계통 안정화용 ESS가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가정용, 상업용 시장이 메인이 될 것”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FIT) 기한이 종료되는 일본,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ESS를 활용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대지진 이후 2015년까지 가정용 ESS 설치비의 30~50%를 지원했고, 현재는 요금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2019년부터 태양광 FIT가 종료되면 가정용 ESS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태양광 FIT가 종료된 호주에선 지난해 4분기 가정용 ESS 시장 규모가 전 분기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바 있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2015년 가정용 ESS 파워월, 상업용 ESS 파워팩을 런칭했을 정도로 가정용 ESS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 코캄의 홍인관 총괄이사는 “ESS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그동안 잠수함, 어뢰, 항공기 등 군수용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지만 최근 가정용 ESS로 미국 가상발전소(VPP) 시범사업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이사는 “ESS 시장에서 배터리만 팔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다보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가정용 ESS도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정에서 ESS를 사용하기엔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SS 가격은 지난해 기준 kWh당 270달러 수준이다. 2020년이면 1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정에서도 수용하기에 적당한 가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익환 SNE리서치 전무는 “ESS 가격이 떨어질수록 지붕태양광과 연계하거나, ESS만 단독으로 설치해 피크절감용으로 활용하면 수익성이 개선된다”며 “가정용 ESS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이면 1만 5553MWh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은 가정용, 상업용 ESS보다는 신재생연계형 ESS가 가장 큰 시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독일, 호주에서는 전력회사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과 ESS 사업을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전력회사들의 매출이 줄고 있는 탓이다.

이성우 삼성SDI 차장은 “전력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신재생을 스스로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라며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ESS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2025년이면 MW당 40~80달러로 석탄발전단가와 비슷해 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태양광 ESS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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