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PCS 가격하락 주도하고, 신규 ESS 비즈니스 창출시키고
중기 참여 확대, 국내기업 해외 프로젝트 수주 발판 마련도

한전 경산변전소에 구축된 FR용 ESS
한전 경산변전소에 구축된 FR용 ESS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한 한전 주파수조정(FR)용 ESS 사업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한전은 총 500MW 규모 ESS를 FR용으로 설치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했고, 지난해까지 376MW를 보급했다.

한전이 대용량 ESS 사업을 진행한 덕분에 이 사업에 참여한 국내 배터리, PCS 기업들의 기술·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FR 사업은 신재생연계형, 피크저감용, 송배전망용 등 새로운 ESS 비즈니스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전이 남은 124MW 규모 FR용 ESS 사업을 하반기에 발주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FR용 ESS 사업이 국내 전력 산업에 미친 영향을 알아봤다.

우선 FR용 ESS는 국내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계통 주파수를 60Hz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주파수가 60Hz보다 떨어지거나 올라가면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그동안 발전단가가 낮은 화력발전기나 수력발전기가 그 역할을 해왔다. 주파수조정을 ESS로 대체할 경우 기존의 발전기 예비력보다 대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비상시에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하다. 한전에 따르면 기존의 발전기가 출력을 증·감발하기까지 수초에서 수분 걸리는 것에 비해 ESS는 0.2초 이내에 빠르게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 2014년 서안성변전소와 신용인변전소에서 국내 최초로 52MW 규모 FR용 ESS의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그 이후 ESS가 대용량 발전기의 계통탈락으로 인한 갑작스런 주파수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동작한 건 현재까지 7회 모두 정상적으로 0.2초 이내에 정격 방전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후 2015년, 2016년 두차례에 걸쳐 정식 사업에 착수했고, 각각 184MW, 140MW를 설치했다. 덕분에 국내 ESS 연관산업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14년 당시 단위용량 1MW 이상의 PCS를 제작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그 정도 수준의 PCS가 필요한 사업이 없어 개발 필요성도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한전 FR용 ESS 사업에 참여한 10개 PCS 제작사들은 kW급에서 1MW급, 2MW급까지 용량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ESS 가격의 60~7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경우 셀 C-rate와 에너지밀도를 향상시켜 1MW용량으로 1MWh의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최대 15분에서 12분으로, 방전은 최대 15분에서 6분으로 충방전 속도를 향상시켰다. 에너지밀도 역시 2배 이상 증가했다.

ESS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경제성도 개선됐다. 당초 한전은 500MW ESS를 보급하는데 약 60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년 배터리, PCS의 단가가 급격하게 하락해 사업비용도 당초 계획보다 절감했다. 배터리의 경우 2014년 MWh당 12.47억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10.96억원, 2016년에는 8.86억원까지 떨어졌다. PCS는 2014년 3.23억원, 2015년 2.94억원, 2016년 2.21억원으로 감소했다. ESS의 평균단가 하락이 ESS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PCS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의 숨통도 트였다. PCS의 경우 국내입찰로 인해 중소기업 참여율이 56.3%를 기록했고, 중소기업이 쉽게 뛰어들기 힘든 배터리 부문의 경우에도 중소기업 참여율은 28.6%로 선방했다. 평균적으로 전체 참여사 중 약 63%가 중견·중소기업이었다.

한전 FR용 ESS 사업의 경우 국내외를 통틀어도 대규모 사업에 속하는 만큼 이 사업에서 실적을 쌓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은 독일의 WEMAG 주파수조정용 ESS 프로젝트(5MW/5MWh)와 에너 레 프로젝트(10MW/10.8MWh)에 각각 리튬이온배터리를 납품했다. 미국, 유럽, 중국, 아프리카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도 국내 배터리, PCS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백남길 한전 ESS사업부장은 “FR용 ESS 사업에 참여한 회사를 대상으로 직접 파악해 본 결과 PCS는 6개 회사가 약 2570억원, 배터리는 3개 회사가 약 9585억원 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조사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