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전력기기 내수시장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즉 꽃피는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다.

전력기자재 내수시장 분위기는 약 10년 전인 지난 2008년 이후 좀처럼 바닥 수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역시 대형 프로젝트의 실종, 5월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를 개선할만한 특별한 호재가 없는 데다 재정 조기 집행 효과도 미미한 상황이라 반전 포인트를 찾기도 쉽지 않다.

◆민수 수요, 역대 최저 수준

민수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간접 지표인 공인검수시험 면제실적이나 V체크 인증 실적 등도 역대 최저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기진흥회에 따르면, 변압기와 차단기, 개폐기 등 8개 공인검수시험 면제대상 품목의 지난해 면제실적은 총 20만1750대다. 이는 내수침체가 극심했던 전년 21만2623대 비해서도 소폭 줄어든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품목별로 변압기(2만1901대→2만2467대)와 개폐기(5930대→7186대), 계전기(2만7635대→2만7872대), 피뢰기(1만3713대→1만5087대), 휴즈(3만4755대→4만1311대) 등은 소폭 늘었다.

하지만 차단기(1050대→767대)와 변성기(10만6155대→8만5629대), 접속재(1484대→1440대) 등은 하락했다. 차단기와 변성기 물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전기조합이나 전기연구원, 전기안전공사의 KAS-V체크마크 인증실적도 비슷하다.

전기연구원 V체크 인증 실적인 2013년 26건, 2014년 41건, 2015년 36건, 2016건 0건으로 2014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감소 추세다. 전기안전공사도 2014년~2016년 동안 각각 12건, 12건, 5건에 불과했고, 전기조합 인증 실적도 19건, 10건, 4건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전기장비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2016년까지 평균 72.8%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1월 71.8%, 2월 72.6%로 회복세가 더디다.

◆경영난 압박 심화…하반기에나 반전 기대

계속되는 내수부진은 가뜩이나 펀더멘탈이 취약한 전력기자재 제조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수요가 없다보니 생계형 덤핑수주→마이너스 성장→자금난→금융권의 여신 회수 압박→덤핑수주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현상은 여전하고 은행권의 다운사이징으로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제조업체 상당수는 언제든 부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태로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올 초 수배전반과 태양광 시장 선두권 업체였던 E사가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 결제도 제때 해주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채권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그나마 관수 물량은 나은 편이라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선업계는 오랜 불황의 후유증인 공급과잉과 출혈경쟁, 불공정경쟁, 불법·불량제품 등을 타파하기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재편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t당 430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동값이 올해 5000달러 중반대를 형성하며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생산량 대비 매출과 수익성 증가를 기대할 여지가 생겼다.

LED조명업계는 지난해 대규모 조달 물량과 시장 외형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렸지만 올들어 관수와 민수가 동반 부진하며 대부분 업체의 실적이 주춤하는 모양세다.

작년엔 도로공사의 대형 구매와 같은 호재가 있었지만, 올핸 교육청 물량 정도를 제외하고는 시장을 견인할 만한 이벤트가 보이지 않는다.

변압기 업계도 올해 한전 변압기 구매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아 CEO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내수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을 올 하반기 이후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등 주택 건설이 비교적 활발했던 만큼 주요 전력기자재 납품이 올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력기자재의 전방 산업인 건설업종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전력 제조 업계의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는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