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공고 기준 수정해야" 지적 잇따라

경복궁 경관조명 사업이 또다시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공고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는 ‘경복궁 경관조명 디자인 용역’을 공고했지만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이어 4월 11일 같은 내용의 재입찰 공고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사업체가 한 곳 밖에 없었다. 2번의 공개 입찰에서 사업자가 결정되지 않아 이 용역은 협상에 의해 사업자를 결정하는 '수의계약' 형태나, 해당 업체가 적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다시 사업자를 모집하는 '재공고' 형태로 진행된다.

경관조명 업계는 제안 요청서에 명시된 세부 항목이 과도하다며 이미 업체가 내정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기술인력 등급기준’이다. 제안 요청서에서 나온 기준에 따르면 특급, 고급, 중급, 초급 등 총 4개 등급으로 기술인력을 구분하고 있다. 업계는 박사와 석사 인력 중에서도 각각 3년, 9년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한 업체가 손에 꼽힌다고 지적했다. 기술자 보유·투입 현황에 따라 최대 2점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입찰 경쟁 자체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관조명 디자이너는 해당 분야에서 일한 시간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정체성이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내는게 최우선”이라며 “경복궁관리소가 내놓은 기준은 경관조명 업체의 판단 근거를 학력에 점수를 매겨 줄 세우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자격증 인정 분야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나와 있는 제품디자인 기술사와 시각디자인기사, 제품디자인기사, 컬러리스트기사 등은 실제 현장에서 경관조명 용역을 수행할 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를 경험기준으로 인정해주고 있어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역 공고가 연속적으로 유찰됐지만 사업자의 풀(Pool)을 넓히기 위한 수정 작업 또한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4월 공고된 창경궁 경관조명 디자인 용역의 경우 한 차례 유찰됐지만 기술자 보유·투입 상태 점수 등을 수정하고 중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해 재공고했다.

업계는 경쟁 입찰에 업체가 참여하지 않아 2번이나 유찰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으로 재공고한 것은, 결국 수의계약을 통해 내정된 업체와 계약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경관조명업체 대표는 “다수의 사업자를 경쟁시켜 적격업체를 선정하고자 조달 공고를 내는데,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기준 완화와 항목 수정 등 후속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 없었다”며 “이번 용역은 단일 업체와 협상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뤄지겠지만 추후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소 관계자는 “현재 수의계약보다 기준을 완화해 재공고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업체가 내정됐다는 이야기는 억측이며, 소기업으로 잡혀있는 기준을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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