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집단상가 3개소 한산
구매 고객 대부분 예판에 몰려…물량 부족·정치 이슈 등도 부진 이유로 지목

갤럭시S8 정식 발매 첫날 강변 테크노마트는 손님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갤럭시S8 정식 발매 첫날 강변 테크노마트는 손님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헛걸음하셨네. 발매 첫날이라고 해서 별거 있나요. 요즘 시장은 옛날과 달라요.”

오전 10시 30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개장 직후 처음 이야기를 나눈 매장 직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처럼 말했다. 그의 눈은 텅 빈 상가 한 편을 향했다.

대란은 없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이 정식 발매된 지난 21일. 서울 내 최대 판매처로 손꼽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상황은 초라했다. 타사 인기 모델의 발매일엔 평일임에도 장사진을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텅 빈 상가 통로를 채운 건 “물건 좀 보고 가라”는 매장 직원들의 목소리뿐이다.

개장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방금 개통한 스마트폰을 들고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김 씨(27)를 만나 붙잡아 세웠다. 손에 쥔 게 갤럭시S8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서다.

“갤럭시7 엣지를 구매했어요. 원래 새 모델 나오면 기존 제품들 가격이 내려가잖아요. 굳이 검증도 안 된 ‘테스트모델’을 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매장 곳곳에서 한 데 모여 한담을 나누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곧 들이닥칠 고객을 기다리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집단상가 내 직원들은 오늘의 한적함을 이미 예상한 듯하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 A 씨는 “이미 (갤럭시S8을) 살 사람은 예약판매로 다 샀다고 본다. 예판 첫날 26만대를 기록한 후 점차 구매자 수가 줄어든 게 그 증거”라며 “설령 구매할 생각이 있는 고객들일지라도 모두 초기 모델의 반응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와 같은 전망을 내놓은 건 A 씨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 다수는 “100만대 개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브랜드의 고정 고객이 아니라면 새 모델의 검증이 끝난 뒤에야 구매를 확정하지 않겠냐는 것. 이는 현장 구매 고객의 감소가 단순히 예약 판매 증가 때문은 아님을 보여준다.

2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갤럭시S8을 현장 구매한 최 씨(24)를 만날 수 있었다. 학생 신분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 매장을 방문했다는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쉽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붉은 액정, 빅스비 등 논란이 있는 건 알아요. 그래도 직접 와서 만져보니 별문제 없는 거 같은데요? 이상이 생기면 교환해준다고 하니 괜찮겠죠.”

방금 포장을 뜯은 갤럭시S8 64GB 모델을 들어 보이며 웃음 짓는 최 씨는 발매 직후 불거진 여러 논란은 개의치 않는 눈빛이었다.

다른 매장의 상황은 어떨까. 발걸음을 돌려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로 향했다. 건물 6층에 200여개 매장이 몰려 있는 휴대폰 집단상가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보다 규모가 더 크다. 하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뜨문뜨문 손님이 있는 매장도 있었지만 대부분 매장이 텅 빈 건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이유로 ‘인기 모델의 물량 부족’을 꼽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한 갤럭시S8플러스 128GB 모델의 경우 예약 판매 기간 중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매장의 점주 B 씨는 “예약 구매자 개통이 시작된 18일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 수는 10여명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인기 있는 게 갤럭시S8플러스 모델인데 지금은 물량이 없다. 복잡한 생산 공정 때문인지 제조사에서 물량을 못 맞추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애초에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도림·강변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복수의 매장 관계자들은 “공급사로부터 늦으면 다음 달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매장은 갤럭시S8플러스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량 부족에 따른 판매 지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제품 일부 모델의 물량 부족으로 개통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갤럭시S8은 이달 30일까지, 갤럭시S8플러스의 경우엔 내달 31일까지 기간이 연장된다.

물량 부족 외에 정치적 이슈를 갤럭시S8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 점주들도 더러 있었다. 지난해 촛불시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다가올 ‘장미 대선’까지 여러 정치 현안들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십수 년째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매장을 지켜온 점주 C 씨는 “지난해부터 손님이 거의 반절은 준 것 같다”며 “업계 내부에선 대선이 끝나야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퇴근 시간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8층에 위치한 휴대폰 집단상가다. 용산 집단상가의 경우 매장 대부분이 중고 휴대폰 전문점인 터라 갤럭시S8을 찾는 고객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21일 하루 갤럭시S8 구매 고객을 한 명 받았다는 직원 D 씨는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에게 말하는 D 씨의 표정에선 큰 기대감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이슈가 있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매가 좀 늘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고정 수요가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시장엔 갤럭시S8을 대체할 만한 모델이 없거든요.”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