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 산업ㆍ기업 시공ㆍ안전 정책ㆍR&D 오피니언 피플inSide 전기家
무르익는 에너지분권화 논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환경・안전 국민적 요구, 여유있는 전력예비율 등 에너지전환 논의 적기
대선 앞두고 주요후보들 공약도 에너지분권화와 맞닿아 있는 부분 많아
시장제도・요금제도 개편 등 병행돼야…사회적 합의 이끌 논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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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회장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가 11일 서울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실시계획 승인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편집자주)그동안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최우선 가치는 저렴한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었다.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이러한 방침은 전기·에너지 정책을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시켰고, 정부는 석탄화력, 원자력 등을 기저발전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송전탑 논란, 미세먼지·온실가스 배출, 원전 밀집지역 지진 불안 등 다양한 신호로 인해 에너지 분권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분권화, 에너지 자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분권화 ‘골든타임’을 잡아라
최근 새로운 정부 구성을 앞두고 있고, 설비 예비율이 여유있는 지금이 에너지 분권화 시작의 ‘골든타임’이란 목소리가 높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기존 에너지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환경과 안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은 지금이 정부 주도의 중앙 집중형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추진하는 적기라는 진단이다.

설비예비율은 현재 20~30%를 오가는 상황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당국은 적정 예비율을 12% 정도록 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여유있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봄철 석탄화력 가동률을 줄이고, 차근차근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유있는 예비율 덕분이다.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3.1%로 규정된 연평균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과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노원을)은 “현재 가동하지 않은 수요자원 시장만 활용해도 1년 중 10일 내외의 피크전력 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2016년 5월 기준 피크감축 수요자원 용량은 3.27GW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분권을 위한 중앙과 지방 간 권한 배분이라는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정책을 입안·수립하는데 있어 구체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정부 정책과 지역에너지 정책의 통합성, 일관성이 부족하면 국민들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에너지계획, 전력계획 수립 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발전소 건립, 가동시 지자체의 인허가, 규제 권한의 수준을 정해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장제도, 요금제 전반적 개편 필요
에너지분권을 위해선 시장제도, 요금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나 가스복합화력 등 지역단위의 발전원을 확보하는 것은 단편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에너지프로슈머 등 신에너지산업 육성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산형 전원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장 환경을 내버려 둔 채 시장제도만 도입했다는 것”이라며 “값싼 소매 전기가격에서 프로슈머 확대는 시범사업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전력예비율이 30%에 가까운 상황에서 ESS 보급·활성화를 얘기하는 것도 독일이나 미국처럼 신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보다는 산업적 요구에 부응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역 에너지 전환의 선행조건으로는 에너지 수급 구조의 개편이 제시된다. 신재생에너지 거래를 활성화하는 소규모 분산자원 중개시장 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비롯해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 권한을 풀어주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장을 열어 에너지분권화 경제의 성장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포됐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독점적인 한전과 민간 대기업의 참여로 구성된 한국의 전력산업을 지역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 공공성에 부합하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전력판매시장을 민간 경쟁체제가 아니라 지역에너지공사가 지역별로 분할된 배전·판매 부분을 소유·운영·통제하도록 개편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현재 공급 측만 진행하는 비용입찰이 양방향 가격 입찰 방식으로 달라지게 된다. 즉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지역별로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원전, 석탄화력 등 대규모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희생을 반영해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차등 요금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 여부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안전과 환경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전기요금과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수송연료와 전기·가스 간 과세 형평성 확보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부과금 항목 신설 ▲발전용 연료에 대한 세율 조정 등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전환을 위한 일련의 변화와 함께 경제성을 이유로 전력시장에서 외면당했던 가스발전이나 열병합발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광역지자체, 지역에너지 전환 계획 추진 ‘앞장’
최근 자체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분권화에 기여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제주도, 충남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운동, 에너지살림도시 서울 등의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자립도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도는 에너지자립선언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을 20%까지 늘릴 방침이다. 충남도는 지역에너지계획을 바탕으로 2020년가지 500MW급 화력3기의 발전량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뜻을 밝혔고 제주도는 2030년 탄소없는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온실가스 90% 감축,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해 전력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산, 당진, 노원, 강동 등 기초지자체들도 중기 에너지비전을 수립하거나 자체적인 에너지전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국가에너지계획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결성하며 국가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에너지정책 전환 대토론회’에서도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해선 에너지 분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이날 김홍장 당진시장은 “정부의 중앙집중형 에너지정책은 일부 지역에 발전 시설을 집중시키고, 송전시설 난립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실제로 당진시엔 한국동서발전, 현대그린파워 등 3개사의 발전소가 총 6040MW 규모를 발전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비판했다.
특히 석탄화력 발전소가 집중됨에 따라 당진시는 고압철탑 526개가 위치하는 등 송전 시설 난립으로 인해 주민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선규 부산YWCA 전 회장은 “부산 경남 등 원전이 밀집돼 있는 지역은 원전에 대한 위험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원자력 관련 기관은 11개 중 8개가 서울, 대전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News&Info)에너지분권, 왜?
에너지 분권 논의는 도시의 소비를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며 속도가 붙었다.
특히 환경과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 그동안 공급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우원식 의원은 “대량생산과 원거리 송배전, 대량소비에 맞춰진 정부 정책은 원전과 석탄화력 등 대규모 발전설비 추가건설이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며 “대도시의 전력공급을 위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에너지 정책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대표의원으로도 활동 중인 우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지난 2013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 분산형 발전시스템 개념이 도입됐고, 분산형 에너지로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역할”이라며 “하지만 지난 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지역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의견을 반영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광역지자체는 5년마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통일성,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자체장의 정책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에너지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지역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수립이나 관련 설비 건설 시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재정적 재량권 부여, 예산 확대 등의 권리를 주는 대신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성 : 2017년 04월 20일(목) 08:38
게시 : 2017년 04월 21일(금) 09:29


박경민 기자 pkm@electimes.com        박경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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