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대토론회’ 참석 전문가, 에너지믹스 전환 로드맵 필요성 강조
요금인상, 연료비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도 이뤄져야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환경과 관련한 정책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전력·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노력이 포함된 개혁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단순히 현재 처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단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전환은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에너지대토론회’에서 각 정당은 에너지믹스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형전원으로 전환을, 단기적으로는 탈석탄, 탈원전을 바탕으로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을 펴겠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행과정에서 가스를 이른바 ‘징검다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각 정당의 발표에 대해 변화의 취지는 좋지만 에너지믹스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에너지·환경 이슈가 대선 공약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며 “미세먼지, 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러한 상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는데 에너지믹스 전환을 외치며 표심잡기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버넌스나 가격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대부분 정당의 주장처럼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석탄화력 규제를 강화하면 2030년 발전량 기준 원전 비중은 20% 이하로, 석탄 비중은 25%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며 “이 경우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명목상 전기요금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도 “지금 제시된 공약의 내용대로라면 기저발전의 개념이 없어지고 모든 발전기들의 가동률이 낮아지는 ‘뉴노멀’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이 때 발전기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요금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지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믹스만 바꾸게 되면 또 다른 의미의 ‘대란’이 발생한다”며 “발전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이 초래되면 그 부담을 해결하는데 국민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미리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값싼 석탄, 원자력 등의 에너지를 전환하는데 따르는 비용 문제, 즉 전기요금 상승과 연료구입비 증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부담이 늘어난다는 표현보다는 그동안 미래세대에게 전가했던 숨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며 “인위적인 보조금이나 세금으로 왜곡됐던 연료원 가격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가 되지 않는 수송용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세수의 88%를 차지하는 특이한 구조의 에너지 세제를 운영 중이다”라며 “이는 에너지믹스를 심각하게 왜곡하는데 기여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 교수는 “석탄발전이 줄어들고 가스발전이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 트렌드지만 우리는 방향이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석탄발전 세율 인상, 원전 과세 신설, 가스 과세 완화, 고효율 가스열병합발전에 대한 전폭적 지원 등을 통해 가스에만 상당히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현재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본부장은 “환경, 안전을 위한 연료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들은 비용을 기꺼이 지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민의식도 무조건적인 저비용보다는 삶의 질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가치있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미래 지향적 해결점이라고 본다”며 “합리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전기 원가공개, 요금제의 투명한 운영을 통해 정당한 가격이 매겨진다면 사용한 만큼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산 교수는 투명한 정책 수립 과정과 원칙이 지켜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력산업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정부 영향력이 크다”며 “정부의 에너지부문 의사결정은 해당 부처의 소수 관료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바람직한 시스템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난 여름 누진제 개편 논의는 이러한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누진제도 항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개편되는데 40년이 걸렸고, 그마저 전기요금 조정 매커니즘은 무시한 채 당정TF가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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