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정부의 적정역할 분담 필요...민간주도로 전환해야’

“국방과 안보, 기후환경과 안전 등은 공공재적 성격이 커서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는 사적재화여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나름대로 산업을 잘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정부는 ‘지시와 통제’라는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민간주도의 획기적인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정식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는 “에너지산업이 발전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면 각종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며 “특히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만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느 수준까지는 정부가 주도해 산업을 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기술혁신은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질 때만 가능하죠. 만일 우리나라가 골프협회 주도로 선수들을 관리했다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죠. 이제는 작은 정부, 작은 국회를 통한 민간주도의 성장을 이뤄야 합니다.”

신 교수는 소비자에게도 이제 가격신호에 반응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의 대가로서 확실하고 충분한 이윤이 보장돼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원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더 많은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죠. 소비자에게 이러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갈등요인이나 비효율이 줄어들게 됩니다.”

신 교수는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 “에너지와 산업 분야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각종 위원회는 보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완전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책임소재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민간주도체제로 갈 경우 독과점기업의 시장지배력 문제는 독립적인 규제위원회가 감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경우 제가 미국에 있을 때 큰 감명을 받았는데, 찬성과 반대 측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 FERC 위원들이 이틀간 꼬박 참석해 수준 높은 토론을 벌이더라구요. 우리나라도 책임소재가 분명한 상근직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정책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독립성 있게 운영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올라갈 것입니다.”

신 교수는 “전력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전력거래소의 기능도 제도적으로 ISO(독립계통운영자)로서 위상을 격상시키고, 누더기처럼 돼버린 변동비반영(CBP) 전력시장제도도 대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또 탈 원전 등 최근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큰 점은 잘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원전을 대체할만한 것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산유국들도 석유를 팔아 원전을 짓고 있는 등 국가별로 자국 사정에 맞는 적정전원믹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여건이 좋지 않지만 저탄소 에너지원이란 점에서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은 당분간 브릿지 에너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며,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적정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탄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축소되는 추세여서 발전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죠.”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가장 좋은 에너지정책은 수요관리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신재생과 원전만 갖고서는 목표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절약이나 효율향상과 관련해 ESCO 사업과 수요자원거래시장(DR)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에너지 효율향상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콘텐츠들과 직결되는 만큼 향후 에너지업계의 최우선 화두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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