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경영・신시장 개척’ 투트랙 전략
‘100년 장수기업’ 토대 다질 것”

중저압 전선 시장 부동의 1위 가온전선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내부 혁신과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윤재인 대표는 이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가온전선을 이끄는 방향타를 잡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윤 대표는 1986년 LS전선 입사 이후 30여년간 OPGr그룹, 전력사업부, 사업총괄 대표 등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이자 해외시장 최고의 전문가로서, 가온전선이 70년을 넘어선 100년 장수기업으로, 글로벌 전선업체로 성장하는 토대를 다질 최적의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윤재인 가온전선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말 가온전선 대표로 취임한 뒤 100일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혀달라.

“31년을 LS전선이라는 한 조직에서 근무했다. 그 조직 문화와 사람들에게 동화돼 있었다. 하나의 집단에서 똑같은 얘기만 듣다 처음으로 회사를 옮기고 다른 조직에 몸담게 됐다. 가온전선과 기존 LS전선의 문화와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달랐다. 이들에게 ‘굴러온 돌’이 되지 않기 위해 소통에 집중했다. 조직별, 계층별로 다양하게 간담회를 갖고 대화 자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나아가 회사의 성장, 사업 확대 방안을 고민하는데 집중했다. 가온전선은 내수 중심이라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금 가온전선의 가장 큰 고민은 성장 모멘텀을 가져가는 방법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7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매출을 1조5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은 400억원 대로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내수 중심 구조로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때문에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성과를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글로벌 EPC인 이탈리아 SAIPEM의 NRP 프로젝트를 수주해 거래를 시작했고, 미얀마 현지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조인식을 가졌다. LS전선에서 해외사업 전문가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가온전선의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할 것이다.”

▶미얀마 진출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나.

“2월에 공장부지 계약을 진행했다. 미얀마를 통해 해외 현지 투자의 첫걸음을 뗐다. 이를 통해 가온전선과 LS전선의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양사는 같은 그룹 내에서 초고압이나 중저압, 통신선 등에서 기술적인 교류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미얀마 투자와 같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양사가 전면적으로 협력한 것은 처음이다. 가온전선의 중저압 생산 분야 차별화된 경쟁력과 LS전선의 해외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윈-윈하는 협업사업이 되도록 적극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미얀마에서 멈추지 않고 좋은 투자처가 나오면 현지에 진출할 계획도 마련해둔 상태다. 다만 리스크가 크거나 경영에 무리가 될 수 있는 투자는 지양하고, 현재의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온전선을 성장시키고 수익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우기가 끝나는 5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10월쯤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든 테스트를 완료하면 본격적인 사업 전개는 2019년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초기에는 저압 제품을 중심으로 미얀마 현지 리테일(Retail) 사업에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미얀마는 물론이고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까지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다.”

▶가온전선은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CEO로 선임된 데는 일종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온전선이 국내 최초의 전선회사이고, 70년 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온전선이 지난 시간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나 해외 기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CEO로서 오랜 역사에 걸맞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점프 업’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주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을 ‘캐시카우’로 이익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신제품이나 신사업, 신시장 등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더불어 조직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혁신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해외에 나가면 100전100패하기 십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리소스의 고도화다. 덕분에 요즘 임직원들에게 잔소리를 좀 하고 있다. 영어 공부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업무 역량을 갖추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 멈춰있지 말고, 해외에도 우리의 경쟁자가 있다는 도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냉정히 보면, 내수 1위라는 강점이 해외진출에 약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70년간 사업을 하면서 쌓은 영업 네트워크나 협력업체와의 유대감, 신뢰 등은 매우 좋다. 다만 국내에서도 잘하는데 해외에 뭐하러 나가나 하는 생각들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가온전선의 품질과 납기, 인적 네트워크 관리 등 시장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부분들은 분명 강점이지만,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차별적 우위로는 볼 수 없다. 여기에서 잘하는 것은 계속해서 살려나가되, 해외에서도 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초고압 케이블과 미얀마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이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초고압 케이블 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초고압 케이블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실적, 트랙 레코드가 없으면 고객이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다. 더구나 초고압 사업은 대규모 투자를 유발한다. 생산설비와 시험설비, 다양한 부대설비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가온전선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기존 공장의 CCV 타워를 개조하고 보완해왔다. 나아가 품질 안정화에 집중해 왔으며, KEMA와 KERI 인증을 통해 이를 공식 인정받았다. 전임 김연수 사장이 만든 초고압 영업 전담조직의 경우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고, 이를 계속해서 유지해나가고 있다. 주로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높은 진입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66kV급까지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132kV, 154kV, 220kV급은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변전소나 단조장 쪽으로 지속적으로 실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력 에이전트 등의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느정도 실적을 쌓은 후에는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사업계획과 목표 등에 대해 알고 싶다.

“당분간 내실경영에 집중할 것이다. 국내 시장은 수급 불균형과 과열경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의 성장은 현재의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내실경영을 통해 이런 토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대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신시장 개척과 신제품 개발 등을 적극 추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초고압 케이블 사업과 미얀마 현지법인을 통한 신시장 개척, 신제품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추가적인 아이템도 고민하고 있다. 급격하게 외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전선사업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넓혀, 가온전선이 100년 장수기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다.”

▶전선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과열경쟁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없나.

“전선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 중 하나다. 한정된 물량을 두고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라, 자칫 일감 확보를 못하면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출혈경쟁을 통해 원가에 밑지는 가격으로라도 일감을 따내고, 시장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업체들이 부실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3~4개의 중소기업들을 통폐합하고, 대형화해 해외로 나가거나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매우 이상적인 얘기이고, 각 기업 경영자들의 사정과 이권 등으로 실제 실행에 들어가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깨어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실제 M&A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잘된 케이스를 만들어내고,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이 자발적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전선조합과 우리 가온전선을 비롯한 여러 전선업체들이 의견을 모아 전선산업 발전위원회를 설립했고, 업계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나가고 있다.”

▶결국 시장참여자를 줄이는 방향이 최선인 것인가.

“현재는 플레이어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불법·불량제품 등 여러 속임수를 통해 시장에 참여하고, 퇴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지부터 정하고, 3~4개의 기업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의 사장들은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연합하고, 각자가 잘하는 아이템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연구개발이나 생산품질 부분에서 1~2명이 일하는 기업들이 합쳐지면, 인력자원이 풍부해지고 한사람이 빠진다고 개발·품질·생산 시스템이 흔들리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나아가 대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일감을 국내로 가져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지금까지처럼 사업을 안일하게 해선 안되고, 연구개발을 치열하게 해서 차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 근교에 땅사서 공장 지은 뒤 오르면 팔고 지방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사업 본연의 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이익을 창출하려 하지 말고, 체계적인 제품 라인업과 기술집약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난해 가온전선은 타 전선업체들에 비해 실적이 매우 좋았다. 비결은 무엇인가.

“가온전선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실적이 개선됐고, 기존에 수주했던 해외플랜트를 상반기에 집중해 판매연결했다. 특히 전사가 합심해 원가개선과 비용절감을 추진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는 경영환경이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CEO와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온전선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1947년 창사 이래 70년간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협력사 등 모든 파트너들 덕분이다. 가온전선은 앞으로도 경영철학인 ‘LS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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