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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54)무언가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삶
죽는 순간까지 삶을 살아있게 하는 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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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각황전과 나한전 사이에 피는 홍매화.
매화꽃 피기를 손꼽아 기다린게 엊그제인데 섬진강길에 벌써 매화꽃잎이 사르르 날립니다. 올 봄은 참 흐리고 가문 봄이었지요. 구제역 여파로 광양 다압 매화마을 축제는 취소되었고 구례 산동 산수유꽃빛은 흐린 하늘 탓에 선연 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봄은 봄이지요. 헌정사상 처음으로 촛불국민들의 힘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했고 3 년 동안 차가운 맹골수로 속에 침몰되었던 세월호가 거짓말처럼 떠올랐습니다.

이 봄에 저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딸아이가 저를 위해 써준 한편의 글입니다. 봄선물을 그대에게 자랑하고 싶어 화엄사 홍매화와 함께 동봉합니다.

사랑은 내어주고 희생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바라고 욕심내는 욕망과 다르다. 가령,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차이는 그것을 둘러싼 행위에 내어주고 희생하고자 하는 용기가 수반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내어주고 희생하는 용기를 발휘할 때에는 어느 정도 고통이 따른다. 따라서 무엇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삶은 고통이 없는 무감각한 삶이고, 죽어있는 삶이다. 죽어있는 삶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삶은 경외를 받고, 죽음은 애도를 받지만 죽어있는 삶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다.

사랑 없이 죽어있는 삶은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면, '공백'이다. 무엇인가의 대한 사랑은 덜어내는 고통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삶의 공백을 채운다. 우리 모두가 크든 작든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을 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아버지는 스무 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지금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약 40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하셨다. 스무 살 무렵부터 아버지의 꿈은 '직업으로서의 시인'이었는데, 결혼 후 아이가 다섯이 되자 그 꿈은 포기하셨다. 하지만 '시에 대한 사랑'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일곱식구의 가장으로 남보다 두 세배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지고서도 아버지 마음 속에 있는 시에 대한 사랑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하며 문단에 등단하고 세 권의 시집을 내고 지금도 거의 매일 시를 쓰신다. 시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산에 대한 사랑, 야생화에 대한 사랑도 크신데, 자식들이 다 크고 나니 아예 지방 발령을 받아 지리산 가까운 곳으로 가셨다.

요즘은 주로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계신데 아버지의 포스팅을 볼 때마다 속으로 감탄한다. 글과 사진 자체에도 감탄하지만 아버지의 삶 밑바닥에 깔려있는 수많은 희생의 시간들과 그 속에서도 온전히 지켜낸 아버지의 시에 대한 사랑에 감탄하게 된다. 돈이 많지 않아도 아버지의 삶이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공백이 생길 틈 없이 꽉꽉 들어찬 시에 대한 사랑때문이다.

아버지의 시에 대한 사랑을 보면 내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사랑은 어떤 것들일까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사랑하고 있고,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 사랑이 있는지! 내어주고 덜어내지 않고 꾸역꾸역 채우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용기를 가지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변화가 찾아온다. 따라서 변화를 가져오는 건 사랑이다.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라고 믿고 싶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은 나도 모르게, 처음부터 어쩔수없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열심히 찾고 노력해서 서서히 '깨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타령이 진부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사랑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 삶을 살아있게 하는 건 사랑이니깐.
- 김아름의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삶’중에서
작성 : 2017년 04월 03일(월) 13:13
게시 : 2017년 04월 12일(수) 11:44


글 + 사진 │ 김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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