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 산업ㆍ기업 시공ㆍ안전 정책ㆍR&D 오피니언 피플inSide 전기家
(데스크칼럼)전기안전법 잘못 끼워진 단추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해당기사 PDF | 날짜별 PDF ]
진시현 건설시공팀장
‘옥시 사태’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5000명이 넘는다. 신고 된 사망자 수는 약 1100명에 달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최근 발표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는 5341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사망자는 1112명, 생존환자는 4229명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평생을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생활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스친다. 끝없는 한숨이 나온다. 그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평생 동정어린 시선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천문학적인 의료비와 요양비는 또 어쩌란 말인가.
독성 기저귀, 화학첨가물이 범벅된 어린이 비타민 등등.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했건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고 입힌 꼴이 됐으니 화병이 날 지경이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버젓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달 28일 시행에 들어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기안전법)’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 통합해 탄생됐다. 전기용품뿐 아니라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잡화 등 신체에 닿는 모든 생활용품에 안전성 검사 통과를 의미하는 KC마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후 공산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 법안은 순조롭게 입법 작업이 진행됐다. 2015년 8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고 그 해 마지막 날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분리돼 있었으나 법 시행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산품에 대한 안전 관리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들으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지는 것 같지만 실제 전기안전법은 시행 직후부터 영세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더니 최근 들어서는 대권주자들까지도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권 도전을 발표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전기안전법 제정 과정에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행정편의적인 낡은 규제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세계무대를 향해 소량 생산하는 미래 한류 산업을 제한하는 나쁜 규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도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만들어진 전기안전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업계 부담을 없애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를 자신의 공약에 포함시키기까지 했다.
바른정당도 전기안전법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정치권이 이처럼 목소리를 드높이는 것을 보니 전기안전법이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신체에 닿는 모든 생활용품에 KC인증을 받도록 한 것이다. 가전회사나 대형 의류브랜드업체는 이미 KC인증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보세의류 등을 소량으로 만들어 시장에 유통하는 영세사업자나 해외제품 구매를 대행하는 인터넷사이트 운영업체 등에게는 KC인증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의 원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KC인증을 받도록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일부 핵심조항을 1년 유예해 시행하기로 했지만 전기안전법 폐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이 줄을 잇고 있는 등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여전히 거세다.
소비자의 안전 강화와 유통질서 확립이라는 당초 법 취지는 무색해졌다.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었다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어야만 한다. 일련의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옳다. 시간을 끈다고 나아질리 만무하다. 전기안전법의 독소조항을 단순 유예가 아니라 원점에서 제대로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작성 : 2017년 02월 09일(목) 15:34
게시 : 2017년 02월 10일(금) 11:00


진시현 기자 jinsh@electimes.com        진시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
전기계 캘린더
2017년 3월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