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반등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전력구입비 연동제 등 충격 완충제도 필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가별 감산 물량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1일 외신에 따르면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배럴당 4.21달러(9.3%) 오른 49.44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OPEC발 낭보로 50달러에 육박하며 종가 기준으로 10월 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다음달 인도분은 유럽거래소(ICE)에서 4.09달러(8.8%)오른 배럴당 50.4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석탄가격은 이미 급등을 시작했다. 올 초만 해도 t당 54~55달러에서 7월부터 꾸준히 올라 9월에는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 11월 11일에는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석탄 가격의 상승은 화석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써는 생활물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내외에서 하향 안정화 되면서 최근 2년 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은 ‘태평성대’ 시기를 보냈다.

유가와 석탄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당장 에너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유가와 석탄 가격이 전기 생산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대략 6개월~8개월 후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유가와 석탄 가격이 오른다면 내년 여름쯤에는 전력생산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1일 주식시장에선 한전의 주가가 4% 가까이 빠졌다. 유가상승은 한전의 전력 구매 원가를 높여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한 것이다.

원가반영한 근본적인 요금체계 개편 아쉬워

유가의 등락에 따라 시장은 민간하게 반응을 하지만 전기요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착시현상’을 갖게 하고, 요금은 낮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정부가 해야할 ‘절차적 결정’ 만 남았을 뿐 주택용 누진제도는 6단계 11.7배의 요율에서 3단계 3배 요율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여름철 겨울철에 국민들의 전기요금 폭탄을 완화한 것은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원가를 반영해 근본적인 전기요금체계 개편까지 기대했던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부 계획대로 누진제도 개편이 이뤄질 경우 한전은 약 1조원 가량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전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1조원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최상의 조건으로 보면된다. 유가가 낮아 전력구입비 덜 들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고유가가 5년간 진행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뼈저린 경험을 했다.

전기요금 원가 상승시킬 변수 속속 등장

여기에 더해 전기요금의 원가를 올리는 새로운 변수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비용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발전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신재생 발전을 해야하고 이행비용은 전력구입비에 포함돼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된다. 그 비용은 매년 늘어난다.

또 유연탄에도 세금이 붙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돼 배출권을 사야 한다.

송주법의 시행으로 345kV이상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이 본격 시작됐으며, 가공송전선로 대신 송전선로 지중화가 확대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2015년에 이런 정책비용이 2조2000억원 가량 됐는데 해가 갈수록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기요금 원가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진제도 개편 등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었던 석탄과 원자력 등 기저전원은 미세먼지, 안정성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이제 비싼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데, 국민들이 이번 주택용 누진제도 개편을 값싼 전기로의 전환으로 받아들인다면, 유가가 오르고, 정책비용이 증가 하면서 전기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전 누진제도 개편으로 전력수요가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체 수요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주택용 수요의 증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내외 여건변화‘저렴한 요금시대 저문다’ 알려야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주택용의 비중이 낮은데, 누진제 개편은 전기화(化)를 앞당길 수 있으며 가스난방 및 취사가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때문도 정부도 이번에 누진제도 개편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것이 전력구입비 연동제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최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연료비 연동제와는 다른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을 적극 검토 하겠다” 고 답했다. 연료비연동제도는 2011년 경 도입이 적극 검토 됐지만,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체감할 수 있다며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력산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2014년 1월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4달러일 때와 올 1월 배럴당 26.86달러일 때의 전기요금 차이가 없다”며 “국제유가를 반영해 전기도매요금, 즉 발전회사들이 한전에 판매하는 요금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소매요금, 즉 한전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요금은 전혀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요금인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파격적인 반응을 했다. 우려되는 것도 있다. 앞으로 대내외 여건을 반영하면 현재와 같은 싼 요금구조 체계를 개편해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은 물론 산업계에 전달해야한다. 시기의 문제이지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저렴한 전기요금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