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구릿값 상승 장기화 시 숨통 트일 것”

국내 전선산업의 성장과 침체는 구릿값 변동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원가의 60% 이상을 전기동이 차지하다보니, 전선업계는 구릿값 변동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 전선업계는 수요 위축과 매출감소, 적자 누적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은행의 자금 회수 우려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이번 구릿값 상승을 두고 전선업계가 기대감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선업계는 구릿값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그나마 막혔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는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전선조합에 따르면 구릿값은 2000년대 초중반 이후 2011년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에 따라 전선업체들의 매출도 늘었다.

연매출 200억원의 중소기업이 500억~600억원대로 성장했고, 외형(매출)적으로는 시장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였다.

‘역사적’이라 칭할 정도로 당시 전선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그 이전만 해도 경제위기와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선업계는 동값 상승 기류를 타고 위기를 뒤집었다.

이후 구릿값이 약세로 반전하면서, 매출 이 감소했다.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출혈경쟁과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현재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전선업계가 현재 상승세를 보이는 구리시장에 기대감 섞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릿값 강세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11월 30일 기준) LME 구리 현물 거래가격은 11월초 5000달러를 돌파하고, 11월 28일 5935.5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5700달러 선으로 내려선 상태다.

지난해 11월 30일(4595.5달러)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25%나 오른 상황이다.

t당 6000달러에 육박하는 현재 가격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비철금속 전문가들은 내년 전기동 시세가 적어도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구리 광산의 생산능력은 올해보다 6% 가량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전기동 최대 소비국이자 순 수입국인 중국의 명목수요가 시장 예상보다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데다, 올 4분기 이후 LME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확산이 내년 구리 수요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전망은 올해(t당 4750달러)보다 200달러 높은 평균 4950달러 수준으로, 4600~535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LLC와 오버씨 차이니즈 뱅킹 콥, 스탠더드 차티드 은행 등도 내년 말 구릿값이 52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선업계도 이 같은 구리시세 움직임에 발맞춰 동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구리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헤징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동가격 상승 추세가 단기 이벤트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어려운 업계 상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구매 위축 등 전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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