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 현재 t당 5700달러대 돌파, 매출 ‘턴어라운드’ 실현 가능성
전문가들도 내년 동값 올해보다 긍정적 전망

구릿값 강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최악의 불황으로 허덕이는 전선업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구릿값(LME)은 10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 t당 4600달러대에서 11월 30일 현재 5700달러대를 돌파했다. ▶관련기사 12면

올해 최저 4300달러, 주로 4500~4800달러선에서 움직였던 동값이 한달만에 5000달러 후반대로 급등한 데다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리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전선업계의 매출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리가 원가의 60%를 넘게 차지하는 전선업계는 산업 구조상 ‘동값=매출’이란 등식을 만들 정도로 구릿값 변동이 매출,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1년 구릿값이 t당 8000달러대였을 때 업계 1위 LS전선의 매출은 4조8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동값이 5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3조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업계 선두기업인 대한전선이나 가온전선, 일진전기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2조5000억원대였던 대한전선 매출은 1조3000억원대로, 1조원을 넘어섰던 가온전선과 일진전기 매출은 각각 6000억~7000억원 정도로 급감한 것이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려온 구릿값의 반등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단기적 이벤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던 구릿값 강세가 한달간 이어지면서, 지난 5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온 전선업계에도 매출 ‘턴어라운드’를 실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비철금속 시장 전문가들도 내년 동값 전망을 올해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전선업계의 바람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은 하방변동성보다 상방변동성을 확대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4분기부터 순매도보다 순매수 전환을 시도하는 투기적 포지셔닝이 커지고 있어 내년 동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LLC, 오버씨 차이니즈 뱅킹, 스탠더드 차티드 뱅크 등 해외 금융기관들도 내년 구릿값이 올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동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판매가가 오르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단기 이벤트로 그친다면 원가율이 상승해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려되는 부분은 고객들이 동값 상승을 일시적으로 보고 발주를 늦추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헤징 시스템 등 구리값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는 대부분 갖춰놨기 때문에 손해보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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