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최근 대통령과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각종 업무에 사적으로 개입하여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 밝혀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으며, 또한 이들이 막강한 대통령 권력의 뒤 배경을 업고 각종 비리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비전문가가 전문영역을 침범하고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조직운영에 개입시켜 일어난 사건으로 국가의 운영이 일개인의 손에 의해 놀아났다는 사실에 모든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전문가보다 비전문가를 더 신뢰하여 생긴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고 자질 및 역량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정을 농단한 분야도 문화, 체육, 경제, 외교, 안보 등의 분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행히도 아직 전력분야에는 그런 농단의 실제 예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런 유사한 사건을 저지르거나 비전문가가 전문가로 위장해 전력분야를 농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보거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력분야의 R&D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정책 외에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R&D 정책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R&D지원을 받는 기업의 비율은 절반이 되지 못하고, 지원을 받고 있거나 과거에 받은 기업이 계속 지원을 받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지원을 받아본 경험이 없거나 최근 몇 년간 지원받지 못한 기업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지원 비율이 중견기업 지원 비율을 앞서고 있어서 중견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R&D 지원을 받기는 하늘에 있는 별을 따기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도 들린다.

왜 그럴까? 우리 전력분야에도 순실이와 같은 비전문가가 판치는 것이 아닌지, 비전문가가 전문가보다 더 우대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전문가가 권력의 뒤 배경을 업고 전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전력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주위를 살펴보고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제도 및 시스템은 유럽, 미주 등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중규모 및 소규모 기업은 기술개발자금이 부족하여 새로운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함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과 조금이나마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정부가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엄밀히 말해 대부분 중규모기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R&D사업에는 중견기업 지원이 제외되거나 대기업과 경쟁을 붙여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고, 늦게나마 몇 년 전부터 중견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거의 없고, 오직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지원정책만을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은 기술개발자금이 충분하고 개발인력과 기반기술 등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제라도 중견기업이 할 수 있는 R&D사업에는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게 하거나 평가에 상당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과 너무 많은 자금지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멀지 않는 장래에 적은 자금을 투입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효율적 방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나라 전체가 권력형 비리로 시끄러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먼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전력분야, 특히 R&D사업에서 이런 사건과 유사한 부끄러운 일들이 없었는지, 현재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앞으로도 없을 것인지 냉철하게 반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R&D사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체 과정을 통해서 비전문가가 판치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기고, 비전문가가 명예를 얻고, 비전문가가 결국 비리를 행하는 그런 조금의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이번 기회에 모두 척결하여 적어도 우리 전력분야에서는 공정성과 투명함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R&D정책에서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여 차세대 국가성장 동력산업을 육성, 강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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