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조합 최고경영자 세미나 참석한 업체 대표들 경기불황 호소
삼삼오오 모여 정치·경제실정 한탄, 조합 중심으로 뭉치자 의견도

“큰일입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배전반 사업이라고 잘 되겠어요.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사정이 더 어렵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네요.”

(지방의 A업체 대표)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영업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눈치 보이니까 직접적인 접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영업 전략이나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라면 조달시장에서도 상위권 업체들이 유리하겠죠.”

(수도권 B업체 대표)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전기조합(이사장 곽기영)의 ‘2016년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한 업체 대표들은 틈이 날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나라경제와 업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전기조합의 최고경영자 세미나는 평소 만나기가 쉽지 않은 전국의 조합원사들이 모여 화합과 우정을 다지는 조합의 최대 행사로, 이 자리에서 오가는 얘기들은 업계의 실상과 민낯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닥민심’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저 모양인데, 경제가 잘 될 턱이 있나요. 기업 스스로 살 궁리를 찾아야죠.”(C업체 임원)

“김영란법 때문에 혼란만 더 커졌어요. 법이 애매모호하니까 사람 만나는 것도 불편해지고, 영업이 더 힘들어졌어요.”(D업체 대표)

“요즘 돈 버는 기업이 있습니까.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거죠. 희망이 없다는 게 가장 무섭습니다."(E업체 팀장)

이처럼 침체된 시장상황이 올해 전기조합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의 핵심 얘깃거리가 된 것은 그만큼 배전반과 변압기, 발전기, 태양광 등 주요 품목들의 시장상황과 향후 전망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은 이날 최고경영자 세미나의 인사말을 통해 “세계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북한의 핵 리스크뿐만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인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과거의 패스트 팔로워 모드에 머무른다면 현재의 경제적인 위상마저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세미나에서 초청강연에 나선 곽수종 박사(상신이디피 전략기획실 자문위원)도 “2017년도 말, 2018년도 초까지 무사히 넘어간다면 그 이후에는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괜찮아 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다만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가계부채인데, 내년도 대선까지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띄우겠지만 2017년도 말, 2018년 초까지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진다면 우리나라도 경제적인 공항을 맞고 위기상황에 처할 개연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합원사들은 이런 때일수록 개별기업들의 각개전투보다는 전기조합과 같은 업계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더욱 단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기술개발이나 해외수출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거죠. 이런 때에 조합에서 아이디어도 주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F업체 대표)

곽기영 조합 이사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기기기 제조업을 일으켜 세상에서 유일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만 무한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다”며 “물론 새로운 품목의 생산과 사업 다각화 등이 중소기업 입장에선 말처럼 쉽지 않지만 전기조합은 여러 사람들이 이마를 맞대고 조합원들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강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성과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전기조합의 최고경영자 세미나에는 전국에서 250여명의 조합원사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했으며, 곽기영 이사장뿐만 아니라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 회장, 유병언 전력기기조합 이사장, 정재원 배전반사업조합 이사장, 박상기 전기신기술조합 이사장, 원일식 전임 전기조합 이사장과 전기공업계 원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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