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신 해소하지 않으면 부지확보 힘들어져
스웨덴 사례 참고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 준비해야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 국장이 지난 19일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 국장이 지난 19일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입법절차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문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9차례나 부지선정에 실패한 중저준위 방폐장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12월 중으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본격적인 방폐장 건설 절차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중저준위 방폐장의 전례를 비춰볼 때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19일 열린 에너지 미래 국민공감 토론회에 참석한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 방사선·수송 폐기물안전국장은 “스웨덴, 핀란드, 미국 등은 고준위방폐장 시설 건설을 추진 중인데 부지확보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며 “주민수용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원자력 안전성을 설명할 때 기술적 내용이 아니라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안전성 입증, 추가기술개발 도출, 소요기술 적기 확보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조직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리 절차법이 확정돼도 부처간, 기술집단간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방폐물 관리 사업자인 원자력환경공단이 총 책임을 맡고 관련 연구기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산업회의 등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지선정 과정이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술적인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는지가 주민들 입장에선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웨덴이 큰 갈등 없이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수 있었던 건 주민들에게 모든 정보와 자료 접근권을 보장하고, 모든 절차를 엄격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원전 사업자와 관련되지 않은 중립적인 전문가를 활용해 환경영향 평가를 수행해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스웨덴은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은데 그만큼 모든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반면 한국은 원자력진흥위원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로 가는 등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있는 듯 관련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나섰다. 부지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동일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국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1만4000t에 달해 이미 우리 곁에 현존하는 문제인 만큼 원전정책과는 별개로 추진해야 하는 문제”라며 “기존의 시행착오처럼 일방적으로 특정부지를 예단하지 않겠다. 12년에 걸쳐 철저히 조사하고 주민 의사를 분명히 확인해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