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새로운 철학의 3.0버전 돼야’

최근 들어 경제성 못지않게 안전과 환경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에너지 정책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끝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의원들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발전과 원전 주변지역의 강진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원전의 신규 건설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해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장병완 의원(국민의당)도 이런 지적을 바탕으로 여야 3당 간사 의원들과 공동으로 전력 기저발전에 있어 경제성뿐만 아니라 이제는 환경과 국민안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국민안전까지 고려한다면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일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특히 향후 신규 석탄이나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돼 기업이나 국민들이 과연 이를 수용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실제 내년에 수립하게 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앞두고 전력당국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력정책의 최대 목표 중 하나는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인데, 국회의 요구대로 환경과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력수급계획을 짜고, 전력시장제도를 바꿀 경우 이런 원칙을 대폭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8차 계획에서는 전력수요 증가율이 7차 때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신규 발전소 건설은 물론이고, 5~7차 계획에 반영된 설비 중 건설이 여의치 않은 사업의 허가를 취소할 경우 향후 몇 년 내에 전력수급 불안이 다시 발생하고, 전기요금도 2배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금처럼 경제성 위주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줄어들지만, 환경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전 주도로 수립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1.0버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전력거래소 주도로 수립해 온 전력수급기본계획(1~7차)이 2.0 버전이라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국민과 소통을 통해 수립해야 하는 3.0버전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전력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감내하면서 환경과 안전이란 가치를 중시한다는 컨센서스를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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