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위기였던 IMF 시절 국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업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고용비용 절감이 시대적 요청이었고, 정책판단의 기준이었으나, 전기안전관리 위탁관리제도 도입 후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정책방향이 현재에도 유효한가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 안전경시 제도 및 풍조가 불러온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경제적 비용만 수조원이 들어 과연 안전비용 절감이 기업의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실질적으로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었는가 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2013년 9월부터 약 10개월 간 수행한 ‘전기안전관리자 위탁선임제도의 적정성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과제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첫째, 전기안전관리 위탁관리제도를 도입할 당시의 정부 정책방향은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비용의 절감’을 목표로 하였으나, 도입 후 14년이 지난 현재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시 성장보다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재난·재해예방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즉 정부에서도 “더 이상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재해예방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34조제6항)

특히 전기화재, 감전, 정전 등 전기사고는 인명 피해, 재산 손실, 기업의 생산라인 정지 등으로 인한 직접적 손해 뿐 아니라, 수출선적 지연·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 막대한 간접적 손해를 야기하여 전기안전관리자의 고용비용보다 훨씬 막대한 피해비용이 발생 되며, 부주의로 인한 정전사고 발생 시 전력계통이 연계됨으로 인하여 정전지역이 인근 공장·시가지 등으로 확대되어 불특정 다수인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됨으로써 피해보상 등과 관련하여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

따라서 위탁관리제도가 도입된 당시의 ‘고용비용 절감’이라는 정책목표는 ‘전기안전’에 우선할 수 없으며, 관리부실로 인한 전기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둘째, 시설관리업체 소속직원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전기안전관리자로서의 책임 있는 관리의식이 결여되어, 관리부실로 인한 전기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심층면접과 공청회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설관리업체는 계약직 비율이 75%로 소속직원 선임에 비해 계약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러한 사실은 전기사고로부터 다수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전기안전관리자가 비정규직 직원으로 고용됨으로써 전기안전관리자로서의 직업과 일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 결과 소속감과 사명감 결여 및 기술력의 저하로 이어져 전기안전의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계약기간 만료시 실직에 대한 불안은 전기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의욕상실로 이어져 안전관리자의 직무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자기개발, 신기술 정보, 안전관련 법령 및 제반 규정에 대한 정보에도 뒤처질 수 있으며, 위탁관리업체간 최저가낙찰제로 저임금자의 선택 고용 또는 고용자의 저임금화 등으로 근로자의 근무의욕의 상실에 따른 안전관리의 부실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공청회에서 실제 J업체에서 18년째 근무중인 전기안전관리자 A씨는 “현재 봉급이 290만원이고 세후는 260만원이지만 소속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근속자가 이러하고 보통은 240만원 정도이다. 봉급이 적고 계약직이다 보니 소속감, 사명감도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였다.

셋째, 소속직원선임 제도와 위탁관리 제도의 편익을 분석한 결과, 당초 위탁관리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자가용전기설비의 소유자 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하였으나, 실제 건물주 등의 경제적 부담 완화의 실익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전기안전관리자의 인건비에 위탁관리 전문 업체의 이윤까지 부담하게 되어 위탁관리 제도로 인한 편익은 극히 미미하고, 전기안전관리자의 관리능력은 저하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마지막으로, 전기설비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사업자 중 ‘전기안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등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하지만 시설물관리업자는 자격요건 및 등록요건이 없어 관리·감독의 한계로 인하여 부실관리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설관리업체가 전기안전관리를 위탁관리 하는 경우, 전기안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와 같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등록한 후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필자는 앞에서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설관리업자의 등록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며, 궁극적으로는 전기사업법상 전기안전관리 위탁관리제도를 폐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전기안전관리자의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전기안전관리자의 책임에 걸맞은 전기안전관리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함께 전기안전관리업계의 자성과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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