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가전, 주택 분야 강점 살려 시장플랫폼 확대 안간힘
조명 및 배선기구 中企도 시장 주시하며 제품준비 서둘러

스마트 홈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동통신사, 가전업체, 건설사들의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체적인 스마트 홈 플랫폼을 경쟁사보다 빨리 확장해야만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종산업과의 협력과 실적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에서 조명, 배선기구 등을 개발·생산하는 협력사(중소기업)들의 심정은 복잡 미묘하다.

스마트 홈 구성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자재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거대 공룡’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시장의 헤게모니와 향후 기술트렌드가 어떻게 정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한편에선 이런 시장흐름에서 토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룡들의 경쟁은 본격화=스마트 홈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이동통신회사다. 스마트 홈 구축과정에서 통신은 인체의 신경망과도 같은 요소라 이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업체의 입지는 이미 상당하다.

스마트 홈을 구성하는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인 조명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필립스라이팅조차 향후 경쟁상대를 조명업체가 아닌 통신업체로 꼽을 정도로 미래 스마트 홈 분야에서 통신사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현재 앞다퉈 자체적인 시장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말 상용화한 로라(LoRA) 전국망을 기반으로 미세먼지 모니터링, 휴대용 가스 감지기 등 6개의 모니터링 서비스와 태양광 발전량 모니터링 등 측정 서비스, 대인·대물 위치 관제 등 트래킹 서비스를 선보이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또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와 연동되는 스마트 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통신이 모세혈관처럼 세대 내에 퍼져 있어도 가전제품의 성능이 따라주지 못하면 스마트 홈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가전 대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LG전자는 최근 사물인터넷 연동기기 라인업을 확대하고, 스마트 홈 시장선도에 나섰다.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스마트 전구, 스마트 플러그, 모션센서 등으로 LG 스마트 홈 서비스인 ‘스마트씽큐(SmartThinQTM)’와 연동된다. 스마트씽큐 센서의 전용 게이트웨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LG 스마트씽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사물인터넷 연동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또 가전제품의 전기사용량, 집 안에 있는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패밀리 허브’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24시간 켜져 있는 냉장고를 스마트 홈의 허브 가전으로 삼고, 기존 식품 저장 중심의 냉장고 개념에서 탈피해 대형 화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주방에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회사가 스마트 홈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가세한 것은 통신과 가전, 각종 어플리케이션 등 스마트 홈 구성요소를 담아내는 그릇이 결국은 주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홈 네트워크의 제어기능을 활용해 세대 내의 전기, 조명, 가스 등을 제어·감시하는 기본적인 스마트 홈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기초적인 서비스에서 벗어나 IoT 개념을 접목한 새로운 미래주택 기술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상품화한 하이오티(Hi-oT)는 각종 세대 내 기기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전제품들까지 능동적으로 제어 할 수 있는 통합형 IoT홈 서비스로, 사물인터넷 기술과 홈 네트워크 기반의 사물제어 기술이 융합된 모델이다. 이 기술은 동탄 힐스테이트 아파트(1479세대)에 도입돼 오는 2019년 2월 입주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독자적인 시장구축 외에 업종을 넘나드는 합종연횡도 스마트홈 시장 선점을 위한 각 기업들의 전략 중 하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오금지구 보금자리주택 1·2단지 총 1400여 세대에 유·무선 통합 홈IoT 시스템이 구축된 프리미엄 아파트 시범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이 단지는 입주 시 제공되는 현관 보안과 조명, 냉·난방 등 유선 홈 네트워크 빌트인 서비스는 물론 직접 구입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냉장고·세탁기 등 IoT 생활 가전도 추가로 IoT 앱과 연동해 관리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우건설도 LG유플러스와 유·무선 통합형 홈IoT 시스템 구축과 IoT 애플리케이션 제공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앞으로 건설될 대우건설 푸르지오 아파트 월패드에 IoT 허브를 탑재한 ‘스마트 월패드’를 공급해 기존 홈 네트워크 서비스와 홈IoT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또 동탄2신도시 내 첫 1군 브랜드 오피스텔로 주목 받고 있는 ‘동탄역 푸르지오 시티’에 최초로 ‘SK텔레콤 스마트 홈 서비스’를 적용키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부산의 대표 건설사인 삼정과 스마트홈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부산·경남지역에 분양 예정인 그린코아 아파트에 스마트 홈 서비스를 공급키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시장은 통신, 가전, 건설사 공통의 화두”라면서 “때문에 동종업계 기업끼리는 치열한 경쟁을, 상대 업종 기업과는 협력을 강화하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배선기구 중소기업 움직임도 ‘정중동’=스마트홈 시장을 둘러싼 거대 공룡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조명, 배선기구 업계의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가진 스마트홈 분야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조명, 배선기구 시장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지만 자칫 그 패러다임에서 낙오한다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명업계 관계자는 “조명이나 배선기구, 홈 네트워크 기업들은 홈IoT 이슈에 맞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통사나 가전업체, 건설사, ICT 기업과 협력하거나 그들이 만드는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 중소기업들은 저마다 통신사, 가전업체, 건설사들이 구축하는 스마트 홈 플랫폼에 탑승하거나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우리조명은 최근 SK텔레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스마트 홈 서비스와 연동한 사물인터넷(IoT) 조명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가정용 IoT조명은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와 연동해 앱으로 실내·외에서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며, 스마트홈 가전기기와도 연동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다.

배선기구 브랜드인 르그랑도 프랑스 본사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호텔 객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고객은 TV를 통해 객실 조명이나 실내온도를 조절하고, 객실 문을 여닫을 수도 있다. 아울러 컨시어지 서비스를 비롯해 택시 예약, 시청각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결국 TV가 객실의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통제하고, 서비스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홈 네트워크 업체인 코맥스도 기존의 오래된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최근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기축용 홈 IoT 시스템도 출시할 계획이다.

기축용 홈 IoT 시스템은 별도의 배선공사 없이 각종 센서를 연결해 편의성과 보안성을 강화하고, 스마트폰과 연동돼 언제 어디서나 집 안을 제어, 확인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축용 홈 IoT 시스템을 통해 오래된 아파트, 빌라 등 대규모 주거시설에서도 신축아파트 못지않은 스마트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배선기구 업계 관계자는 “향후 5년 내에 스마트 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때문에 자체적으로 스마트 플러그 등 관련 제품을 개발·준비하면서 그 때를 대비해 통신방식은 어떤 것이 대세가 될 것인지,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