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지난 8월 8일은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가 정한 올해의 지구생태용량 초과의 날이었다. 한해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보다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이 더 커지는 날이며 이날 이후부터는 재생가능한 지속이 아니라 지구의 환경을 해치며 살아가는 생태적 적자상태가 된다. 2000년에는 이 날이 10월 초였지만 매년 앞당겨 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인류의 과도한 수확과 남획, 그리고 과도한 생산으로 CO2를 배출하여 지구가 소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자연자원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생태용량 수요가 국토 생태계 재생능력의 8배를 초과하며, 인류가 모두 한국인처럼 살아간다면 지구가 3.3개 (중국은 2개, 일본은 2.9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인류의 지구자원 소비용량을 나타내는 지표가 생태발자국이다. 한국의 생태발자국 구성요소에서 가장 큰 부분은 탄소로 73%를 차지하며 다른 나라 평균인 60%를 크게 상회한다. 작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 탄소발자국을 2030년까지 BAU대비 37%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세계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행동에 들어가고 있는데, 대표적 사례가 상품의 제조에서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상품마다 표시하는 ‘CO2의 가시화’다. 이의 한 예로 최근 유럽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삼성과 LG 배터리의 제품생산과정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일정량이 재생에너지가 되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BMW는 중장기적으로 자사 전력소비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전기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삼성SDI의 배터리에 대해서도 동일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시장에서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많은 고급브랜드들에는 이러한 CO2 가시화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전력산업에서 탄소발자국을 개선하는 방법은 석탄발전소를 줄이는 것이다. 노후발전소뿐만 아니라 신설 석탄발전소도 줄여 나가야 한다. 환경을 해치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발전소를 증설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지만 아직은 반영되지 않은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과 국민건강 비용 및 지역분규와 같은 사회적 비용과 여기에 CO2가시화 비용까지 고려하고도 경제성이 나올지는 다시 계산해 봐야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전력시장에서 CO2를 줄이는 방법은 생산에서는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점차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석탄발전소 증설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수요관리다. 국내에서 석탄발전소를 증설하는 주요근거는 수요가 증가하니 공급용량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수요가 증가한다는 근거는 연간 한 순간에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시점의 전력량인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 최대전력의 원인은 폭염과 같은 외부요인도 있지만 사용자의 행동패턴의 동시성도 작용한다. 즉, 사람들이 동일한 시점에 동시에 냉난방을 하거나 공장들이 동시에 생산을 늘리는 경우이다.

수요관리는 최대전력 시점에는 연합하여 전력사용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용을 늘려 부하를 분산하여 최대전력 자체를 낮추어 주며 이는 자연스럽게 전력공급용량을 늘려야하는 근거를 줄여 석탄발전소 증설을 억제할 수 있다.

이제 공급중심의 전력산업이 점차 소비자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가 전력을 생산하는 주체가 되기도 하고, 소비자 간의 전력거래도 가능해지고, 대형소비자의 경우에는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거래소로부터 직거래할 수도 있다. 그동안에는 생산에서 소비로의 단방향이었던 전력시장이 이제는 양방향이면서 상호 연동되는 다면적인 시장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수요자 측면에서의 상호거래와 자동화된 효율관리 및 부하제어가 가능한 확대형 수요관리를 통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위해 전력소비자로서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스마트한 전력소비를 할 수 있도록 수요관리에 더 많이 참여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주로 산업체들이 수요관리 정책에 참여하고 있지만, 상업빌딩이나 건물, 더 나아가일반 아파트나 주택이 참여하여 수요관리의 용량을 늘리면 최대전력의 용량도 큰 폭으로 줄여 화석연료발전도 줄이고 지구생태용량 초과 일자도 늦출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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