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시범 케이스’ 걸리지 말자 분위기 팽배
사내 매뉴얼 제작·순회교육 실시 등 내부단속 한창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기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초기에 ‘시범 케이스’로는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기업, 민간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잔뜩 움츠린 모양새가 확연하다.

전기계가 이처럼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김영란법의 내용이 아직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부정청탁이나 금품의 범위가 애매하고, 직무관련성, 대가성의 정의도 광범위해 법조계에서도 법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단 법 시행 초기에 시범사례로는 찍히지 말자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당장 전력그룹사 쪽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직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사내규정을 개선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회교육을 실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 정부, 언론 등 대외 유관기관이나 협력업체와 스킨십이 잦은 부서의 관계자일수록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만남 자체를 갖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계 역시 ‘1호 위반 업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내부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활동이 불가피한 제조업체의 경우 김영란법을 위반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 더욱 긴장하고 있다. 업체들이 앞 다퉈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을 실시하거나 전국 대리점에 공문을 보내고 자체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업계는 지난 2005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될 때보다 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건산업 개정안은 공사 수주 과정에서 뇌물이나 향응을 주고받다가 적발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김영란법은 이보다 더 포괄적이고, 애매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내부 법무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외부 변호사를 초청해 직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례에 관한 강의를 듣는 등 ‘열공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행되는 법이어서 업계에서도 대비책 마련을 두고 당황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들은 시범 케이스로 적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법이 시행된 상태라 애매모호한 사례는 사법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면서 “여러 상황들에 대한 판례가 누적되고, 김영란법의 테두리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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