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등 앞세운 무책임한 영업방식 논란...시장 건전성 해쳐

수요자원거래시장(DR)에 참여하는 A DR사업자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DR 서비스 수수료율은 평균 10~20% 수준인데 모 사업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A 업체 대표는 “DR시장이 3년차에 접어들며 안정화 되고 있지만 최근 일부 DR사업자의 무책임한 영업행위로 인해 다른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특히 DR사업자 중 모 대기업은 중소기업들이 이미 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영업행위를 하며 DR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신산업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히는 DR시장이 출범 3년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DR시장은 공장이나 빌딩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건물에서 전기사용을 줄이고 그만큼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DR사업자를 통해 DR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활동하는 DR사업자는 총 15곳으로 이 중 대기업은 6곳, 중소기업은 9곳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대기업의 영업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 대기업은 DR서비스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이미 다른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고객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영업에 나섰다. 사실상 대기업이 자금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중소 DR사업자의 고객을 뺏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사업자에 따라 수수료율이 크게 달라 고객들의 신뢰도 역시 낮아지고 있다.

현재 DR시장은 자원규모를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DR시장을 처음 만들때부터 참여하며 꾸준히 시장을 키워온 덕분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성공모델 중 하나로 DR시장을 꼽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DR시장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은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B 업체 관계자는 “빵집이나 외식업체 등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해 중소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DR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기업답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에 앞장서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업계는 모 대기업의 영업방식이 DR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당장은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고객을 뺏어갈 수 있지만 과연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제대로 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영업에만 치중하는 게 다른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A 업체 대표는 “대기업 입장에서 DR은 수많은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은 사활을 걸고 있다”며 “지금처럼 영업을 하다가 사업을 접거나, 감축지시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고객들의 참여가 제한되면 DR 시장의 평판도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DR시장이 자유롭게 운영되도록 손을 놓고 있지만 영업방식에 대해서만큼은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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