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전문가, “인증도입 지연될 수록 품질저하, 기술개발 지연될 것”

#서울에서 피뢰시스템을 취급하는 A업체 사장은 3개월 전에 포천 인근에 공장 부지를 매입하려했다가 계약금만 날렸다. 피뢰시스템에 대한 KS제품인증이 도입될 경우를 대비해 생산시설 확장을 계획했지만 인증도입이 흐지부지되면서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품질경쟁보단 가격경쟁에 몰두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만 시설투자를 통한 제조혁신에 나선다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란 생각에서다. 앞으로 자신처럼 기술개발이나 생산시설에 투자하려는 기업가가 점점 줄어들 것 같아 착잡한 심경이다.

피뢰시스템에 대한 KS제품인증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증도입이 지연될수록 국내 피뢰시스템의 품질저하가 우려되고, 기술개발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피뢰시스템 구성요소에 대한 KS표준(KS C IEC 62561)이 지난 2014년 5월 제정됐지만 2년 넘게 제품인증으로 이어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KS 62561은 최소한의 품질 확보를 위해 접속재, 도체 및 접지극, 절연방전갭 등 7가지 피뢰시스템의 구성요소에 대한 성능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제조사가 KS표준대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제품인증이 필요하다. 인증 획득으로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는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된다. KS인증제도가 일종의 품질 보호막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피뢰시스템에 대한 KS인증이 없다보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전적으로 제조사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기초전력연구원 춘천 시험인증센터의 엄주홍 소장은 “피뢰시스템 구성요소 중 피뢰침과 인하도선, 접지극 등 일명 외부피뢰의 경우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토대로 샘플링 시험을 한 결과, 30%만 KS표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기준미달의 제품을 설치할 경우 낙뢰에 대한 피해를 비켜가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시험기관에 시험성적서를 의뢰해 자체적인 품질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피뢰 테스트가 가능한 기초전력연구원의 춘천 시험인증센터에는 KS 62561에 대한 시험의뢰가 월평균 1~2회에 그친다. 시험성적서가 없어도 제품을 판매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S제품인증 도입으로 품질 수준에 대한 전반적인 상향표준화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S제품인증은 선택사항이지만 도입될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서 인증획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공공입찰 시 우선구매 혜택이 주어지고, KS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피뢰업체 대표는 “피뢰시스템에 KS제품인증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품질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국내 피뢰산업 발전은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제품 사용으로 낙뢰 안전사고 또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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