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신영준 일진전기(주) CTO

작년에 우리나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청정에너지 미션이노베이션 선언에 참여한 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초에는 우리정부 에너지R&D 관계부처가 미션이노베이션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향후 5년 내 청정에너지 연구개발 공공투자를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가 있으며, 2020년 이후 신 기후체제 하의 온실가스 감축요구에 대응하고 에너지 신산업의 조기 확산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정책에 발맞추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전력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전력신기술 및 환경기술 확산을 통한 미래가치 창출과 신 기후체제 대응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발 빠르게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전에서는 올해 3월에 2021년부터 온실가스인 SF6(육불화황)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170kV 친환경 GIS(가스절연개폐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문제는 한전의 정책에 적합한 솔루션이 현재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다면 2021년까지 개발돼 공급받을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급작스럽게 도입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아마도 수요가 기술개발과 공급을 선도해 가능하리라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전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이 아직 세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제부터 개발을 시작해 적기에 개발 및 공급해야 한다는 점이 향후 기업이 해결해야 할 큰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관련 산업체에서는 솔루션을 찾기 위한 비상체제를 구축·가동해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솔루션을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분주한 솔루션 탐색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간과하기 쉬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친환경 GIS, 즉 온실가스의 사용을 저감할 수 있거나 온실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가스절연개폐장치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에게 주는 유독성, 유해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자꾸 밀려온다.

친환경의 본질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친환경의 한가운데에는 인간이 중심으로 돼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온실가스 사용을 아무리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인간에게 독이 되고 해로운 것이라면 당연히 사용하지 않거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친환경의 전제조건은 인간의 안전 및 건강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SF6의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대신할 수 있는 가스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물질로는 Novec 시리즈, 이들과 CO2 등의 혼합가스가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런 물질들의 특성이 밝혀져 있는 바로는 Novec 4710은 순수가스의 독성이 카테고리 4에 해당하고 분해가스 역시 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Novec 5110은 순수가스의 독성이 카테고리 2B에 해당하고 분해가스 역시 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독성이 없는 가스나 방법을 사용해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비록 우리가 비용을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연히 이것에 대해 우리의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 가스 및 방법으로는 현재까지 진공차단부(VI: Vacuum Interrupter) 방법과 건조공기(Dry Air)를 사용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하고 유해성심사 및 위해성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또한 화관법(화학물질의 체계적 관리와 화학사고 예방을 통해 국민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 및 위험성을 조사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및 증진해야 한다.

이렇듯 화학물질의 제조, 수입, 유통, 사용, 보관 등에 관련된 사람은 관련법에 따라 신규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관리 절차를 따라야 하며, 유해하고 위험한 물질인 경우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 및 보건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유해한 방법보다 안전한 방법을 항상 먼저 고려하는 친환경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그런 정책에 따라 대안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친환경 정책은 항상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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