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
우라늄 농축부터 재처리, 처분까지 한 곳에서 진행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있어 일본은 한국의 미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은 원전가동을 전면 중지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한국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를 방문해 접한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현황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로카쇼무라는 도쿄에서 약 670km 가량 떨어진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거대한 사용후핵연료 전주기를 담당하는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가 위치해 있어 국내 원전 전문가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로카쇼무라의 사용후핵연료 단지는 일본원연주식회사(JNFL)가 운영하는 곳으로 우라늄 농축공장,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혼합산화물연료 제조공장, 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가 한 곳에 있다. 일본의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은 모두 이곳으로 운반돼 처리절차를 밟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원연주식회사는 도쿄전력을 포함한 일본 전국의 10개 전력회사와 75개 협력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리현황은 일본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절차는 이제야 확정돼 지난 11일 입법예고했고, 계획대로라면 부지선정에만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에 있는 유일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인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은 지난해 7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기술이 이처럼 앞선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과 달리 일찌감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한 덕분이다.
이날 기자를 안내한 사카이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 홍보센터 부관장은 “일본 전기사업연합회는 무려 36년전인 1980년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 로카쇼무라에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 건설계획을 제안했다”며 “원래 로카쇼무라는 석유화학기지로 활용될 계획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때문에 무산되고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당시 로카쇼무라에 사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한 가족 안에서도 찬반이 갈릴 정도로 갈등은 첨예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 의료시설, 운동시설, 공연장 등으로 인해 점차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현재도 일본 정부는 연평균 20억엔의 교부금을 로카쇼무라에 지원하고 있다.
단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도 대폭 늘었다. 1960년대만 해도 1차 산업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2차, 3차 산업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일본 원연주식회사에만 아오모리현 인구의 50~60%가 근무하고 있다. 현재도 원자력연료사이클 단지를 반대하는 소수파가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과학의 도시 ‘로카쇼무라’라는 인식이 전반에 퍼져있다고 사카이 부관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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