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이미지 여전...업계 "HIV 사용 허용해야"

전선 업계가 수분침투로 인한 절연 파괴와 낮은 시공성 등 기존 저독성 난연가교 폴리올레핀 절연전선(HFIX)의 약점을 개선한 제품을 속속 개발·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의 실 사용자인 전기공사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에도 수분침투 불량으로 인한 민원이 잇따르는 데다, 관련 송사가 진행되는 등 시공업계의 신뢰를 찾기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요원한 상황이다.

22일 전기공사업계에 따르면 서울 ㄱ구 교육청 관할 학교에 설치된 HFIX 전선에 수분 침투로 인한 누전이 발생, 해당 교육청과 전선제조사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ㄷ사와 ㄹ사가 각각 건설한 공동주택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해 시공사가 전선을 자체 교체하거나 제조업체의 배상을 받는 등 HFIX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HFIX 도입 이후 최근까지도 수분침투로 인한 절연능력 저하로 공사현장에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거친 표면으로 시공 시 작업 능률이 낮고 인건비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약점을 개선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HFIX는 IEC 국제규격이 적용되면서 HIV를 대체하게 된 전선으로, 화재발생 시 독성가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거친 표면과 단단한 재질로 인해 현장에서의 삽입과 탈피, 포설 등 시공과정에서 불편을 초래해 왔다. 특히 동일한 작업에도 시간과 인력이 보다 많이 필요해 인건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 컴파운드 자체 특성으로 인해 전선이 물에 잠길 경우 흡습이 일어나고, 절연성능이 저하되면서 누전사고로 이어지는 등 시공현장의 ‘골칫덩어리’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HFIX 주요 생산기업 대부분이 2011년 이후 2014년까지 누전으로 인한 민원과 수십억원 규모의 소송 등을 겪어 왔다.

때문에 시공업계를 중심으로 HFIX 대신 HIV를 옥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넥상스 인 코리아의 ‘알씨큐어 쏙(ALSECURE SSOC)’, 가온전선의 ‘이지(EZ) HFIX’ 등 그동안 HFIX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시공성과 수분흡습으로 인한 절연성능 저하 문제를 개선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음에도 시공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실제 시공업계 일각에서는 폐지된 HIV의 사용을 재개하기 위해 전선조합의 단체표준인증이나 한국전기기술기준위원회(KECS) 표준인증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전기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HFIX는 안전을 위해 도입했지만, 도리어 누전, 합선 등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HIV와 혼용해 사용하거나, 문제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 HIV만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