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살고 있는 기자에게 성주 사드 배치 문제는 막연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성주군민들의 고통과 갈등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지만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 사드 배치로 인한 전자파 노출, 삶의 터전 훼손, 지역갈등 등 성주군민들이 견뎌야 할 고통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3자처럼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드 배치 논란은 원전 건설 논란과 닮아있다.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피시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 사드와 원전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서 사드, 원전으로 인한 갈등은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잖아’라는 안도감과 함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

해당 지역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원전 8기가 밀집한 부산, 울산 지역에 살고 있다면 나몰라라 할 수 있을까. 기자 역시 취재를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하면 둥근 원자로를 보곤 하는데 엄청난 크기와 철통보안에 압도당한다. 남의 일처럼 여겨졌던 원전을 실제로 눈앞에서 마주칠 때 비로소 그 위력을 실감한다.

이미 원전이 8기나 있는 부산, 울산 지역에 추가로 원전 2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세계 최대 원전단지 주위로는 대도시가 밀집해 있다. 원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전되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에 수백만명이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사드 배치에 버금가는 중요한 사안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원안위를 상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린피스의 주장은 이렇다.

원안위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은 반경 30㎞ 이내 380만 명이 밀집한 부산·울산에 걸쳐 위치한 세계 최대 원전 단지(8기)에 추가로 2기의 원전을 짓도록 허가해 사고가 나면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다. 특히 2011년 신고리 5,6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 당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최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원안위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변한다. 그리고 원전을 대체할 발전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는 주장도 있다. 원전을 배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면 된다고 하지만 전력계통 불안정성, 비용, 또 역으로 환경훼손 문제까지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신고리 5,6호기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누군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수수방관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