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근로자 4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는 정규직 안전관리자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자 14명은 모두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인 매일ENC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였다.

㈜포스코건설은 사고 발생 공사현장에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업장의 위험평가 및 순회점검과 현장을 지도하는 안전관리자 3명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배치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현장에 파견돼 공사비용을 절감하려는 시공사를 상대로 안전관리비 요구 등을 하기 힘든 처지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김모(19세)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김씨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나섰다.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산하기관 외주화를 실태조사하고 전면 개선하면서 지하철 공사 안전관련 업무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렇게 즉각적인 조치로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안전사고의 피해자는 모두 하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로서, 원청업체들은 저가낙찰로 하청업체를 선정하고, 하청업체들은 낮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려다 근로자의 안전은 외면한 채 무리하게 인력을 줄이는 악순환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며, 위탁관리제도는 결국 하청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전기안전관리 위탁관리제도에도 마찬가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사업자나 자가용전기설비의 소유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기안전관리자를 채용하여 소유자를 대신하여 전기설비의 공사·유지·운용에 관한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가용전기설비의 경우 안전관리업무를 전기안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나 시설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2002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원래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선임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IMF 이후 경제성 논리만을 우선시하는 사회풍조로 기업의 고용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설관리용역업체로 하여금 위탁관리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당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안전관리체계의 일원화와 효율성 측면에서 전문대행기관과 시설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를 허용하지만, 전문대행기관의 경우 자본금, 기술인력, 장비 등 등록기준이 있으나, 시설관리업자의 경우 등록기준이 없어 전기안전관리제도를 관리·감독해야할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전기사업법'이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점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위탁관리분야의 혼란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위탁관리업을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등록기준과 등록절차가 까다로운 전문대행기관을 기피하고 등록기준과 절차가 없는 시설관리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로 인하여 전기사고도 꾸준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설관리용역업은 특성상 1~2년 단위로 관리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시설물의 설비도면, 점검이력, 관리대장, 장비목록 등 전기안전관리업무의 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기사고 발생 시 사고원인을 규명하여 복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기기술인협회의 위탁관리업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관리업체에서 파견된 전기안전관리자의 고용계약은 소유자와 위탁관리업자간 계약기간에 따르도록 하고 있어, 전기안전관리자가 계약직 기간 동안 노후 전기설비에 대한 교체 요청 등 적극적인 개선 요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전기의 안전관리방안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기 위하여 현재 국민을 감전사고 및 전기화재로부터 보호하는 전기안전확보와 전기안전관리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전기안전관리 위탁관리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전기안전관리제도의 운영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여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을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명예교수 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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