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전기요금 누진제 국민 불만 폭발로 정부 대책 마련 급급
원전·방폐장 부지 선정부터 온실가스 감축 등 문제 산적...기존 방식으로는 안 돼

최근 들어 전력 관련 이슈들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이슈로 떠오른 건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란 뉴스였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나타내면서 미세먼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하는 중차대한 환경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고,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 6월 3일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개최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또 7월 6일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단이 모여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기존 발전소들도 성능을 개선한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따라 발전사들도 세부 이행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서부발전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태안화력 1~8호기의 미세먼지 원인물질(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을 2030년까지 2단계에 걸쳐 2015년 대비 75% 감축한다는 계획 하에 1단계로 태안화력 1~8호기 환경설비(탈황설비, 탈질설비, 전기집진기) 개선에 약 800억원을 투입하고, 계획예방정비공사시 환경설비를 집중 보강해 2015년 배출총량 대비 약 20%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단계로는 2030년까지 발전설비 성능개선 공사와 병행해 약 8000억원을 투입, 태안 1~8호기 환경설비를 최신 설비로 전면 교체함으로써 2015년 대비 75%를 감축할 계획이다.

물론 많은 환경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를 꼽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의 과학 간행물인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 따르면 석탄발전소 1기에서 연간 배출하는 황산화물(SO2)은 1만4100t이며, 집진기를 설치해도 7000t이 외부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소산화물(NOx)도 석탄발전소 1기당 1만300t을 배출하고, 집진기를 설치할 경우 3300t이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공해물질이 먼지와 섞여 미세먼지가 된다는 게 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하지만 발전사들은 석탄발전과 미세먼지 발생의 상관관계를 보다 정확히 밝히기 위해 한전 전력연구원을 통해 우선적으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몇 곳을 샘플로 지정,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할 방침이다. 또 한전과 발전사가 총 60억원을 투자해 전국의 미세먼지 지도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올여름 살인적인 무더위로 인한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가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동네마다 ‘가정 전기료 누진 폭탄, 바로잡겠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시원하게 내려드리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정치권에서조차 주요 어젠다가 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언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제도 개편을 요구하면서 처음엔 꿈쩍도 안 던 정부가 결국 당정협의를 통해 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 경감 방안을 시행키로 방침을 선회하기에 이르렀고, 새누리당도 당정TF를 결성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된 것은 가정용 요금의 누진제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등으로 구분돼 있는 종별요금제도를 전압별요금제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이 사용하는 전압에 따라 구분하고, 전압별 공급원가를 기준으로 요금을 적용하는 심플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대기업 특혜 등의 시비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폐장 부지 선정・송전탑 건설 등 현안 산적

투명하게 공개, 전문가・국민 의견 수렴 필요

비단 석탄화력과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전력산업계에 산적해 있는 문제는 산더미 같이 많다. 신규원전과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부터 송전탑 건설,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계획 수립, 전기차 등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각종 전력시장제도 개선, 전력계통 불안으로 인한 광역정전 우려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 많다보니 정부가 정책 수립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전문가집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나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퇴임사에서 “이대로 가면 정부 정책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확실히 권력이 정부에서 여의도나 시민단체로 가버렸다. 우리는 세종에 와 있고 권력은 여의도에 있다”며 “제 경험상 보면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순 없을 것 같다. 시장에 맞게 정책을 세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 본 국회나 시민단체, 공공기관, 일반기업 관계자들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아무리 외쳐도 정부가 귀를 닫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미세먼지와 전기요금 문제도 전문가들이 개선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별 반응이 없다가 국민여론이 악화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 비판하니까 그때서야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라고 꼬집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국내 전력에너지산업은 세제나 원가 등 왜곡돼 있는 부분이 많아 이를 제대로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도 많은 만큼 정부가 모든 상황을 소상히 공개하고, 전문가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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