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부족이 핵심, 전기차 특성 고려해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정부가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치는 문제 없이 한다고 해도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아 유령충전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이달 2일부터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한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하려면 화재위험 때문에 방폭성능을 갖춰야 하지만 주유기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지면 방폭성능을 생략해도 된다고 규정을 바꿨다.

전국 주유소가 1만 5000여개에 달하는 만큼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도 확장된 셈이다. 전기차 이용자 수가 많은 도심은 충전기 설치 공간이 부족해 난항을 겪어왔지만 주유소는 차량 운행이 많은 부지에 위치해 있어 이러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은 다르다. 설치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주유소에 설치해도 뚜렷한 수익모델은 없다는 것. 애초에 설치하는 주유소도 많지 않을 것이고, 설치해도 이용률이 낮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주유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1회 충전에 평균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주유소에서 30분씩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주유소 입장에서도 전기차 충전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미 활용하고 있는 공간을 비우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유를 할 때 걸리는 시간은 5분 미만인데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 때문에 30분 동안 주유소에 머물러야 한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놀이공원 등에서는 충전기를 꽂아두고 다녀오면 되지만 주유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전기차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 문제도 발생한다. 기존 주유소는 수분 동안만 차가 정지하면 되기 때문에 공간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는 충전하는 30분 동안 공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규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가 들어서기 힘든 실정이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특성이 엄연히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유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이용자들이 전기차 충전을 하는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복합 편의시설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미 주유소에서 카페, 편의점, 정비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주유소 사업자들도 사업성이 있어야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텐데 과연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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