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변압기 연간단가입찰이 초읽기에 돌입함에 따라 변압기 제조업체들도 일제히 입찰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사진은 한 변압기 업체의 공장에 한전 납품용 주상변압기가 정렬돼 있는 모습.
한국전력의 변압기 연간단가입찰이 초읽기에 돌입함에 따라 변압기 제조업체들도 일제히 입찰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사진은 한 변압기 업체의 공장에 한전 납품용 주상변압기가 정렬돼 있는 모습.

한국전력의 배전용 변압기 단가입찰이 임박한 가운데, 변압기 제조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전은 22일부터 고효율주상변압기 약 858억원, 부하개폐형 지상변압기 약 46억원 등 추정가격 기준 903억8800여만원 규모의 변압기 연간 단가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낙찰자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결정되며, 외부 공개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한전 관계자는 “낙찰자를 바로 바로 공개할 경우 동일 용량의 다른 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29일에 한꺼번에 낙찰자를 오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9월에 예정된 약 300억원 규모의 아몰퍼스와 내염형 변압기 입찰까지 합하면 1200억원이 넘는 물량이 낙찰자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된 지 정확히 10년째 되는 해. 과거 아홉 차례의 변압기 입찰에서 자율경쟁체제로 진행된 경우는 딱 세 차례였다.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지난해였다.

나머지는 전기조합과 변압기사업조합 등 사업자 단체가 입찰을 주도하며 낙찰을 받았다.

올해도 관건은 지난해처럼 일부 기업이 조합 울타리를 벗어나 단독 응찰을 선택할 지, 아니면 조합 컨소시엄 내에서 안정을 추구할 지 여부다. 물론 업체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가에 대한 고민은 입찰 직전까지 거듭될 전망이다.

◆유자격 기업 35곳 안팎 예상

올해 입찰은 한전의 주상변압기 스펙이 전격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변수다.

새롭게 구매하는 고효율 주상변압기는 기존 주상변압기와 비교해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절연유와 내열지를 사용하고, 변압기 내부의 구조변경을 통해 방열기를 없앤 것이 핵심이다. 일반형 주상변압기 대비 34%, 콤팩트 주상변압기 대비 26% 부피를 줄였다. 여기에 국제적 추세에 따라 효율도 일반형보다 0.39%p 높였다. 방열기는 권선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혀주는 부품인데 이를 제거하면 다른 방식으로 변압기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고효율 주상변압기는 100kVA급의 경우 절연유(식물성)와 권선에서 발생하는 온도를 각각 최대 65℃와 70℃ 수준으로 유지한다. 광유를 사용할 때는 60℃까지 견딜 수 있고, 이는 국제표준(IEEE C57.154)을 만족한다.

한전 규격이 대폭 변경되면서 지난해 41곳에 달했던 변압기 응찰 기업은 올해 약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연초부터 개발시험에 뛰어들었고 약 35개 기업이 입찰 유자격을 획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몇 개 기업이 응찰 자격을 얻느냐는 전체적인 입찰 구도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입찰 직전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작년 입찰, 업계 ‘반면교사’로 삼을까

지난해 변압기 업계는 자율경쟁체제로 입찰 경쟁을 벌이면서 한전 등록업체 41곳 중 14개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전기조합 컨소시엄에 참여한 11개사, 변압기사업조합 참여사 8곳, 단독 수주업체 8곳 등만 물량을 가져갔다.

더구나 개별 응찰 기업이 쏟아지면서 대다수 품목이 예정가보다 30% 가량 가격이 떨어진 채 계약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변압기 업계가 지난해 쓰라린 경험을 올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대체로 나쁘지 않다.

전기조합과 변압기조합은 개별 응찰 업체의 등장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주요 기업들도 올해는 조합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갑자기 단독 응찰을 선택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단독으로 응찰해 따낼 수 있는 물량은 최대 56억여원 어치(고효율 주상(광유)변압기 100kVA 기준)로 조합 컨소시엄 형태를 벗어나 단독 수주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몰퍼스, 콤팩트 지상 입찰에도 여파 미칠듯

이번 입찰은 곧이어 9월에 진행될 아몰퍼스·내염형 변압기를 비롯해 연말에 이뤄질 콤팩트 지상변압기 입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효율주상변압기 입찰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후 아몰퍼스나 콤팩트 지상도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지난해처럼 개별 응찰 업체가 등장해 입찰이 각개전투식으로 전환되면, 추후 입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입찰에선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물량이 처음으로 배정된다. 난연유와 광유를 합쳐 총 104억6400여만원 규모로 이우티이씨(대표 김평)가 첫 혜택을 받게 된다.

1999년 설립된 이우티이씨는 2001년 ‘자기장을 이용한 지하시설물 탐지 및 유지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지하시설물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오다 배전기자재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5월 에너지밸리 나주혁신산업단지에서 나주공장 착공기념식을 갖고 ‘에너지밸리 입주기업 1호’ 동판을 받았다.

한전은 지난 4월 4일 입찰분부터 전국 8개 특별지원지역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물량의 10%를 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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