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기자
박은지 기자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태양광 무상설치’라고 내건 현수막을 봤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휴대폰 연락처가 하나 있었고, 회사명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태양광을 무상으로 설치해준다? 의아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이지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치확대를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긴 하지만 직접 설치를 하진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현수막을 보자마자 사기꾼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태양광에 대해 잘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상설치’라는 표현과 한국에너지공단이라는 기관명에 종종 현혹되기도 한다.

실제로 태양광 대여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대여사업자를 사칭하는 업체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올해 정부가 선정한 대여사업자는 8개 업체지만, 인터넷에 ‘태양광 대여사업’을 검색하면 각종 업체의 이름이 다 나온다.

이들은 목돈이 없어도 매달 대여료를 내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기요금은 확 줄어들고 설비는 20년 이상 쓸 수 있으니 하루 빨리 설치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부가 선정한 대여사업자가 아니라고 해도 대여방식으로 태양광을 판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여료가 더 비싸지거나 설비의 질이 떨어지거나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선정된 대여사업자들이 태양광을 설치하면 REP(신재생에너지 포인트)를 지급한다. 사업자들은 이 REP로 마진을 남기게 되는데, 민간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대여사업을 할 경우에는 REP가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이윤을 남기려면 소비자에게 대여료를 더 징수하거나, 값싼 설비를 쓸 수밖에 없다.

특히 일시불로 비용을 지불하고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20년은 커녕 5년도 안 돼 설비에 이상이 생기거나 구조물이 녹스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증도 받지 않은 저가 제품을 쓴 탓이다. 이런 업체들은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을 하기도 하고, 금세 사라지는 게 부지기수라 문제가 생겨도 AS를 받기가 어렵다. 소비자들의 원성은 더 커진다.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사기꾼은 있다. 그러나 사기꾼이 많아지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기업인’보다 ‘업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우려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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