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차기 아이템으로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 일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해서 로봇 팔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혁신 기업체들이 로봇시장에 로봇제품이나 로봇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정상급 바둑 기사인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지능형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능형 로봇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능형 로봇산업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 대비, 국방력 증강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산업은 70년대 후반 제조업용 로봇 도입을 계기로 태동되었다. 국가 차원의 비교적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능형 로봇산업의 육성 정책은 2003년 지능형 로봇이 10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제1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이 수립된 데 이어 2014년부터 제2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이 수립·시행되고 있다. 그간 지능형 로봇 분야에 대한 R&D 투자로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 단축, 일부 핵심기술 확보, 직접적인 사업화 매출 발생 등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산업의 생산규모는 2010년 약 1조원 실적을 달성한 이후 2014년에 전년대비 19.2% 증가한 2조6000억원을 약간 상회한 실적을 보였다. 이는 10여년 전 로봇전문가들이 예측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 지능형 로봇시장은 2014년 기준 167억 달러 규모이고, 2010~2014년 연평균 15%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제조업용 로봇은 107억 달러, 서비스용 로봇은 60억 달러 규모다. 최근 미·일 등 글로벌 대기업의 로봇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기존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지능형 로봇을 핵심 산업분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한 제조업 및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활용·확산 정책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첨단 제조 파트너십(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의 일환으로 국가 로봇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총리 직속 기구로 로봇 혁명 실현회의를 설치했으며,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가칭 로봇올림픽을 개최할 계획도 발표하였다. 중국은 10대 산업 육성 계획의 핵심 산업분야에 로봇을 선정하고 Smart Manufacturing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제 수준의 제품 성능 및 품질 확보, 핵심부품 기술력 향상,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는 로봇산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제 지능형 로봇은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인력 부족, 인건비 상승 및 사회 문제 해결 등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국내 시장 규모가 아직도 2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장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용 로봇의 경우 로봇의 활용 효과가 높은 중소제조업종을 중심으로 로봇 도입 확산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개발 완료 후 사업화 유망 제품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수요처와 연계하여 활용성을 검증하고 초기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또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능형 로봇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강구해야 한다. 로봇보급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실증한 로봇제품 중 글로벌화가 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해외 테스트베드 구축·운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각종 규제·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로봇산업과 타산업·타분야와의 협업을 확대해 나가고, 지역 로봇거점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 지능형 로봇산업 융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요구된다. 로봇 R&D에 있어서 상용화 기술과 원천기술개발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R&D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 지능형 로봇산업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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