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사업, 무조건 금융되는 구조 만들고 싶어”

신재생PF 국내 최다 경험, 개인.중기도 참여가능한 풍토 조성
분야별 전문가 영입.직접 투자 계획…100% PF 구조 현실화

이상득 SK증권 이사는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험이 가장 많은 업계 전문가다. 제주김녕풍력(30MW), 영광백수풍력(40MW) 등 풍력분야에서 금융주선을 총괄한 사업이 10건 이상이고, 태양광 분야에서도 고흥태양광단지(25MW), 거금도태양광단지(25MW) 등 굵직굵직한 사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발전사업 PF의 오래된 관행을 깨면서, 개인이나 중소기업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풍토를 조성했다.

“발전 PF의 경우 총 사업비가 1000억원이라고 하면 보통 자기자본을 30% 넣고, 70%만 대출해주는 게 오래된 관행입니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하는 경우가 많죠. 제주김녕풍력발전을 할 때 기존의 관행을 깼어요. 자기자본이 7%, 타인자본이 93%가 되도록 했죠. 자기자본을 최소화하면서 개인이나 중소기업도 몇 백억 짜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해 5월 준공한 고흥만 태양광발전소(25MW)도 자기자본 5%에 타인자본 95%로 PF가 이뤄졌다. 기존의 발전소 건설사업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지만 신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은 개인과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 이사는 “지역의 바람, 일사량 등은 그 지역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며 “이런 개념에서 보면 에너지사업이 분산형으로 가는 동시에, 그동안 배제돼 있던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 PF 경험이 가장 많지만, 그럼에도 쉽게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영국이나 일본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운영해요. 정부가 매출보증을 서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준공만 되면 어떤 리스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금융이 쉽죠.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 리스크를 줄이게 됩니다.

그는 금융을 주선할 때 장기적인 안목을 강조한다.

“부동산은 2~3년인데 신재생에너지는 달라요. 짧게는 20년, 풍력의 경우 리파워링까지 고려하면 100년도 갈 수 있는 사업이죠. 그래서 장기적으로 봐야해요. 20년으로 수익률이 빠듯하더라도 그 이상을 보면 사업성이 좋아질 수 있어요. 기자재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고, 같은 바람이라도 리파워링 시점에선 효율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는 영광백수풍력발전(40MW)을 꼽았다.

“국내기업인 유니슨이 기자재를 공급하고 EPC를 담당하는 사업이었어요. 대주단들은 책임준공이 가능한지와 기자재의 신뢰성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데, 설명을 하고 또 했어요. 일단 부동산 PF의 경우 준공리스크를 철저하게 보는데, 풍력사업에선 준공리스크가 별로 없습니다. 유니슨은 풍력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회사였고, 발전기 역시 독일에서 인증 받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걸 잘 설명했죠. 결과적으로 800억원 모집에 1500억원이 몰렸습니다. 흥행대박이었죠.”

그러나 예상치 않게 지연된 프로젝트도 많았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할 곳에 정말 바람이 부는지 궁금해 했는데, 막상 실사단을 꾸려 현장에 가면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이 이어졌다.

“강동풍력의 경우 에너콘이라는 세계적인 풍력기업이 기자재를 공급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처도 확보돼 있었고요. 그런데 PF가 두 달간 지연됐어요. 머피의 법칙처럼 실사단이 갈 때마다 바람이 안 불었거든요. 원래 바람은 대부분 밤에 불고 낮에는 약할 때가 많잖아요. 지표면에서는 바람이 안 느껴져도 높이 올라가면 바람이 불기도 하고요. 이럴 땐 몇십 미터 높이의 기상탑이 설치돼 있으면 편합니다. 땅에선 안 느껴져도 높은 곳의 기상탑은 바람에 의해 돌아가거든요.”

결국 기자재가 유명 제조사의 것이든, 바람이 좋든 각각의 사업마다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 이사는 그래서 금융을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전체적인 구조가 잘 어우러지는 게 핵심이라고.

“금융은 대주단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조를 잘 짜는 것이 핵심입니다.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이라서 PF가 되고 안 되고 하지 않아요. 풍력도 국산이냐 외산이냐로 당락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기자재는 가지일 뿐 본질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장치로 수익률을 안전하게 보장해서 탄탄한 구조를 만들면 되는거죠. 풍력사업에 한해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건 오히려 바람입니다. 바람이 좋다는 게 증명되면 어떤 기자재를 써도 상관이 없어요.”

SK 증권은 올해 하반기 신재생에너지에만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 분야의 전문가도 영입해 직접 투자도 수행할 계획이다.

“블라인드펀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왔을 때 초기 사업개발비부터 출자를 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럼 자기자본이 없어도 사업만 확실하면 100% 금융이 되는 거죠. 직접 개발사업에 들어가 단지를 구축하고, 1~2년 뒤 발전량이 증명되면 확실하고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이사는 “자동차를 사고 싶으면 할부금을 내고 곧장 구입하면 되지만 태양광발전소는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는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금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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