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국제 유가가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름 값이 기름통 값 보다 싸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8센트(1.63%) 떨어진 배럴당 28.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7센트(0.93%) 하락한 배럴당 28.67달러로 주저 앉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늘리기로 했다. 현재 이란의 하루 생산량은 280만 배럴 수준으로, 수출량은 100만 배럴 정도다.

이란이 증산을 본격화하면 유가는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위해 큰 폭의 ‘할인 수출’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 경우 국제 유가의 하락세는 심화될 공산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국제 유가가 10달러 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들은 이같은 소식에 한숨을 내쉰다.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절약사업에 대한 투자요인이 그만큼 줄어서다. 고유가가 유지되고 전기요금이 올라야 에너지절약사업은 활기를 띈다. 전체 비용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야 “한 번 줄여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미 지난해부터 ESCO사업의 마진율은 크게 줄었다. 바닥을 모르고 주저앉는 국제 유가로 인해 업계는 올해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미 사업부서가 정리된 기업도 여럿 있다.

이렇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SCO사업의 활기는 에너지절약으로 이어진다. 산업이 활성화되면 국가 에너지소비량이 줄어들고, 온실가스도 감축된다. 에너지를 100% 가까이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분명 의미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대책이 필요하다. 심화되는 저유가와 저렴한 전기요금이 에너지절약사업에 대한 투자를 방해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해야한다. ESCO사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다시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늪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는 알아서 기어 나오라는 독려보다, 밧줄 하나 던져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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